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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받은 메일과 신문 스크랩

퍼펙트 행진 류현진 외면한 동료들, 왜?[동아일보 전재]

메이저 리그에는 불문율이 있답니다. 미국 서부극에는 등뒤에서 총질을 하지않고,

1대1 결투에서도 상대가 총이 없으면 총을 들게 한다음 마주보고 총질을 하는게 정석이지요.

야구에서도 신사도를 발휘하는 "불문율"이 있답니다.

 

 

퍼펙트 행진 류현진 외면한 동료들, 왜?

기사입력 2014-05-29 03:00:00 기사수정 2014-05-29 08:10:52

 
Pinterest Facebook twitter 기사보내기 “집중력 깨질라” 일부러 말 안붙여
상대는 기습번트 삼가는게 불문율


LA 다저스 류현진이 27일(한국 시간) 신시내티를 상대로 퍼펙트 투구를 하는 동안 팀 동료들은 더그아웃에서 그를 애써 외면했다. ‘침묵의 배려’였다. 동아일보DB
평소와 달리 더그아웃이 고요했다.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LA 다저스 류현진(27)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데 아무도 그를 격려하지 않았다. 심지어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다저스 동료들은 류현진이 앉은 벤치 근처로 가지 않고 묵묵히 껌만 씹을 뿐이었다.

한국 야구팬들은 27일 중계 화면으로 이런 낯선 장면을 지켜봤다. 류현진이 ‘7이닝 퍼펙트’로 메이저리그 역사적 기록에 근접해 갈 때 다저스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그를 애써 외면했다.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은 “색달랐다. 이닝을 마치고 들어오면 선수들이 수고했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런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퍼펙트 기록은 아쉽게 8회 무산됐지만 그는 자신의 대기록 달성을 침묵으로 응원한 동료들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에는 불문율이 있다. 미국 야구전문지 베이스볼 다이제스트는 1986년 30가지 야구 불문율을 소개했다. 그 가운데 29번째 불문율이 ‘노히트가 진행되고 있을 때 절대로 노히트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말라’는 것이다. 투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한 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 불문율은 해당 투수와 접촉하거나 대화를 하지 않고 더그아웃에서 침묵으로 대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베이스볼 다이제스트는 동업자 정신과 배려에 입각해 ‘선수가 지켜야 할 에티켓 10계명’도 발표했다. 거기에는 ‘투수가 노히트 경기를 하고 있을 때 기습 번트를 대지 말라’는 불문율이 등장한다. 이날 신시내티 선발 호니 쿠에토는 0-1로 뒤진 6회 2사에서 류현진의 초구에 기습 번트를 시도해 야유를 받았다. 쿠에토의 번트가 파울이 됐고 류현진에게 삼진을 당했지만 기습 번트가 성공했다면 논란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실제로 기습 번트로 대기록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2000년 당시 현대 선발 김수경은 해태를 상대로 11-0으로 앞선 9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갔지만 헤수스 타바레스의 기습 번트로 빛이 바랬다. 이미 점수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승부와 관계없는 번트였기 때문에 더 아쉬운 장면이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