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년 지난 식재료 버무려… 양심불량 요양원 밥상
김진 채널A 기자
입력 2016-01-08 03:00:00 수정 2016-01-08 10:03:38
채널A ‘먹거리 X파일’ 10일 밤 방송
강원 홍천군 S요양원이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반찬에 사용해온 식재료. 마요네즈의 유통기한은 2013년 7월 11일로 2년 반이 지났고(위 사진), 소시지의 유통기한도 석 달 넘게 지났다(가운데 사진). 이 요양원의 노인이 폐기돼야 할 식재료로 만든 반찬을 먹고 있다. 채널A 제공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라고 이런 대우를 해도 되는 건가요.”
강원 홍천군 S요양원에서 생활하는 70대 김모 씨의 긴 한숨에서 서러움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저녁식사를 마친 뒤 주방에 잠시 들렀다가 식재료로 쓰인 마요네즈 포장에 적힌 작은 글씨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유통기한 2013년 7월 11일.’ 무려 2년 반 가까이 지난 식재료였다. 소시지는 유통기한이 한 달 반 지난 11월 11일, 어묵탕에 들어간 어묵 역시 유통기한이 12월 9일이었다.
그날 저녁상에 오른 소시지와 어묵탕, 게맛살 마요네즈 무침 등을 떠올리자 구역질이 날 듯 역겨웠다. 김 씨가 추가로 주방 여기저기를 확인해보니 요양원에서 노인들에게 제공한 요구르트, 동그랑땡, 햄, 표고버섯, 피클 캔, 모두부, 쇠고기맛 다시다 등 20여 가지 식재료 모두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폐기용 식재료였다.
채널A 먹거리X파일팀의 취재 결과 이 요양원은 대형마트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유통업체로부터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한 식재료를 공짜로 가져다 반찬을 만들었다. 이틀에 한 번 이 업체를 찾아가 버려진 식품을 뒤져 승합차에 가득 싣고 오는 식이다. 해당 유통업체 관계자는 “요양원 측이 ‘닭 사료로 쓴다’고 해 가져가게 뒀다”며 “사람이 먹을 게 못 된다”고 말했다.
S요양원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닭 사료로 쓰고, 노인들의 반찬으로도 제공한 것으로 취재됐다. 이 요양원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려 하자 “왜 인생을 그렇게 팍팍하게 사느냐”고 타박하기도 했다.
S요양원에 사는 노인들은 한 달 거주비 50만 원과 별도로 18만 원의 식비를 본인이 부담한다. 대부분의 식재료를 공짜로 가져왔으니 노인들이 지불한 식비는 고스란히 대표가 챙긴 셈이다.
먹거리X파일 취재팀은 경찰과 함께 S요양원을 찾아 현장을 모두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경고 외에 아무런 조치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담당 경찰은 “처벌 규정이 너무 약해 식재료 부당 사용 등을 단속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노인의료복지시설 관련 행정처분 기준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하다 적발됐을 경우 1, 2회까지는 경고에 그치고 3회째에는 사업정지 7일, 4회부터는 사업을 폐지할 수 있도록 돼있다. 경찰은 “단 1회 적발에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 일대의 다른 노인 요양시설도 큰 차이는 없었다. 서울 M, L, H요양원에서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두유, 묵, 순두부, 찐빵 등을 노인들에게 제공했다. 또 인천의 H요양원과 또 다른 H요양원, 경기 수원시 Y요양원, 화성시 H요양원, 강원 강릉시의 G요양원에서도 유통기한이 지난 당면, 다시마, 춘장, 액젓, 튀김가루, 찹쌀가루, 장국, 국수 등으로 음식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은 “노인들에게 식사는 아주 중요하다. 영양을 어떻게 공급하느냐에 따라 노년기 건강과 수명이 좌우된다”며 “노인들에게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면 노인학대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 채널A 기자 holyjjin@donga.com
![](http://dimg.donga.com/wps/NEWS/IMAGE/2016/01/08/75792648.1.jpg)
강원 홍천군 S요양원에서 생활하는 70대 김모 씨의 긴 한숨에서 서러움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저녁식사를 마친 뒤 주방에 잠시 들렀다가 식재료로 쓰인 마요네즈 포장에 적힌 작은 글씨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유통기한 2013년 7월 11일.’ 무려 2년 반 가까이 지난 식재료였다. 소시지는 유통기한이 한 달 반 지난 11월 11일, 어묵탕에 들어간 어묵 역시 유통기한이 12월 9일이었다.
그날 저녁상에 오른 소시지와 어묵탕, 게맛살 마요네즈 무침 등을 떠올리자 구역질이 날 듯 역겨웠다. 김 씨가 추가로 주방 여기저기를 확인해보니 요양원에서 노인들에게 제공한 요구르트, 동그랑땡, 햄, 표고버섯, 피클 캔, 모두부, 쇠고기맛 다시다 등 20여 가지 식재료 모두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폐기용 식재료였다.
채널A 먹거리X파일팀의 취재 결과 이 요양원은 대형마트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유통업체로부터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한 식재료를 공짜로 가져다 반찬을 만들었다. 이틀에 한 번 이 업체를 찾아가 버려진 식품을 뒤져 승합차에 가득 싣고 오는 식이다. 해당 유통업체 관계자는 “요양원 측이 ‘닭 사료로 쓴다’고 해 가져가게 뒀다”며 “사람이 먹을 게 못 된다”고 말했다.
S요양원은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닭 사료로 쓰고, 노인들의 반찬으로도 제공한 것으로 취재됐다. 이 요양원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려 하자 “왜 인생을 그렇게 팍팍하게 사느냐”고 타박하기도 했다.
먹거리X파일 취재팀은 경찰과 함께 S요양원을 찾아 현장을 모두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경고 외에 아무런 조치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담당 경찰은 “처벌 규정이 너무 약해 식재료 부당 사용 등을 단속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노인의료복지시설 관련 행정처분 기준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하다 적발됐을 경우 1, 2회까지는 경고에 그치고 3회째에는 사업정지 7일, 4회부터는 사업을 폐지할 수 있도록 돼있다. 경찰은 “단 1회 적발에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은 “노인들에게 식사는 아주 중요하다. 영양을 어떻게 공급하느냐에 따라 노년기 건강과 수명이 좌우된다”며 “노인들에게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면 노인학대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 채널A 기자 holyjj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http://image.donga.com/donga2013/images/common/btn_news_more.gif)
'살면서-받은 메일과 신문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류근찬"안철수,2~3번 시집갔다 과수가 된 걸레"막말 논란-동아일보 (0) | 2016.01.12 |
---|---|
유일호 부총리 후보,경제위기 맞설 전략이 안 보인다--동아일보 사설 (0) | 2016.01.12 |
새해 벽두 신흥국 위기 공포,국회 눈에만 안 뵈는가-동아일보사설 (0) | 2016.01.05 |
"혁신 부재-기초과학 경시-베끼기 문화가 한국 성장절벽 불러"-동아일보 (0) | 2016.01.05 |
정의화의장 찾아온 재계대표 '헛걸음'-동아일보 (0) | 2016.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