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칼럼] 문재인은 노무현 앞에 당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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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기자
노무현의 매력적인 유산은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규제개혁의 파주 LG 필립스
문재인은 평가에 인색하거나
실적 방치해, 노무현 성취를
진화, 확장시킬 용기 부족
그 무렵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미 FTA는 정치적 부담이 크지만 성공이 확실한 승부수다. 우리는 미지의 세계로 간다. 거친 경쟁이 존재하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성공해 왔던 자신감을 갖고 합시다.” 그 시절 문재인은 청와대 수석, 비서실장이었다.
한·미 FTA는 개방 한국의 성취다. 하지만 그에 대한 거부와 비난은 집요했다. 주도 세력은 상당수 친노그룹이었다. 야당을 장악했던 그들은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2012년) 몰려갔다. 거기서 ‘FTA 폐기, 나라 팔아먹은 을사늑약’이라고 외쳤다. 그 속엔 폐쇄적 원리주의와 괴담이 가득했다. 흠집 내기는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 시절 문재인은 대체로 방관자였다. 그는 노무현의 야망과 선택을 제대로 방어하지 않았다.
지지자들의 배신과 냉담은 기묘한 풍경을 만든다. 노무현 작품은 역설로 작동했다. 그 협정을 진화시킨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도중 이렇게 불평했다. “한·미 FTA는 우리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거래(job killing trade deal)다.” 협정 이후 한국 자동차는 미국에 급속히 진출했다. 트럼프의 못마땅한 언성은 과도하다. 하지만 그것은 역설적 증언이다. 상대편 불만으로 노무현의 FTA 성공은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슬며시 달라졌다. 그는 요즘 “한·미 FTA를 토대로 양국의 자유무역 체제는 더욱 굳건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문재인은 그 협정을 화끈하게 박수 친 적은 없다.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3/16/ce29abb0-cee8-4fdd-9d3c-d469ebc89134.jpg)
그 후 기지 건설 현장은 시위대로 둘러싸였다. 야당 지도자들은 반대시위에 합세했다. 시위의 거친 함성 속에 가짜 평화론이 퍼졌다. 그들 다수는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로 행세했다. 문재인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했다. 지금까지 그는 노무현의 고뇌와 결단을 평가하지 않고 있다.
노무현 유산은 기구하다. 반복되는 역설 속에 자리했다. 기지의 전략적 매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확장됐다. 2017년 지금, 제주 기지 건설에 나선다면 가능할까. 거대 중화의 중국은 반대했을 것이다.
노무현 시대의 경제는 좌충우돌이었다. 그 속에 교훈적인 규제혁파가 있다. 노무현 정권 출범 첫해인 2003년 LG필립스 파주 공장 건설 허가 때다. 박병원 경총회장의 증언은 흥미롭다. “그때 나는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이었다. 파주는 규제의 도시다. 군사시설·그린벨트·수도권·문화재·환경 규제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시는 그것(공장 건설)이 확실히 성사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그 대담한 결정을 요즘 대선주자들이 본받았으면 한다.”
일자리는 시대적 고통이다. 젊은 세대의 좌절과 낙담이 넘쳐난다. 일자리 해결의 지름길은 규제혁파다. 서비스·의료·교육·관광 분야는 규제 세상이다. 규제는 난공불락이다. 규제는 기득권 세력의 무대다. 규제는 관료들의 권력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서비스 규제 타파에 나섰다. 하지만 문재인의 야당은 반대했다. 노동개혁이 돼야 일자리가 생겨난다. 하지만 문재인의 민주당은 회피한다. 민노총은 든든한 후원세력이기 때문이다.
대선 선두주자 문재인의 일자리는 공공부문에 집중돼 있다. 그 해법은 세금과 나랏돈을 푸는 것이다. 그것은 쉬운 대책이다. 하지만 그런 우회 방식은 지속하기 힘들다. 튼튼한 일자리는 정면 돌파로 가능하다. 그것은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이다.
문재인은 적폐(積弊) 청산을 외친다. 그가 설정한 대상은 썩은 기득권일 것이다. 노동개혁의 거부와 규제개혁 회피 세력에게서 폐습의 냄새가 진동한다. 진짜 일자리를 만들려면 용기와 전략이 필요하다. 노무현 유산에는 정면 돌파의 의지와 담대함이 드러난다.
박보균 칼럼니스트·대기자
[출처: 중앙일보] [박보균 칼럼] 문재인은 노무현 앞에 당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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