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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린치]막말,신상털기,음모론...국회의원까지 가세한 '판사 때리기'


<사법부 린치> 막말, 신상털기, 음모론...국회의원까지 가세한 '판사 때리기'

      입력 : 2018.02.06 14:42 | 수정 : 2018.02.06 15:01   

“법관 파면 요청은 초헌법적 발상”
비방과 욕설, 신상캐기, 저주글도
젊은 법관들, 형사부 기피 현상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감형한 항소심 재판부가 또 공격을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당 판사들을 파면하라”는 청원부터 신상털기, 욕설과 비난… 판사들에 대한 ‘정신적 린치’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 5일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후, 재판장인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집중 타깃’이 됐다. "대한민국 최고의 쓰레기는 판레기", "희대의 무전유죄 판결을 보았다. 정형식 판사XX야", “저 판사 XX들 조만간 그만두고 삼성에 입사할 듯” 같은 댓글과 비난글이 줄을 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도 300 여건 올라왔다.

국정농단 사건과 적폐청산 수사 과정에서 이런 판사들에 대한 ‘집단 린치’는 한 두번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이명박(MB) 정부 시절 군 정치공작 의혹에 연루된 국방부 김관진 전 장관과 임관빈 전 정책실장을 구속적부심에서 풀어준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수석 부장판사도 똑 같은 일을 당했다.

인터넷에서는 신 부장판사를 겨냥해 “적폐를 몰아내고 처단해야 한다”, “길에서 누구한테 터졌으면”, “적폐 부역자 하나 추가” 등과 같은 비난 글이 줄을 이었다. 그의 사진과 학력, 경력 등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김관진을 석방시킨 법원을 개혁해달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신 부장판사는 본인이나 가족들의 테러 위험을 무릅쓰고 석방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했다. 신 부장판사는 본지 통화에서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제가 해야 할 일(재판)인데.. 뭐” 하면서 웃었다.

영장전담 법관들의 경우, ‘촛불 시위’ 이후 영장 발부 결과에 따라 ‘국민판사’와 ‘적폐판사’를 오갔다. 오민석 부장판사는 MB 정부 때 민간인 사찰 ‘입막음’ 의혹 관련,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나 앞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잇단 기각하며 집중 포화를 맞았다. 강부영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때는 ‘국민판사’ 대접을 받았지만,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적폐’ 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저주의 글, 읽기가 무섭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불구속 수사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데 요즘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바로 ‘구속해야 한다’, ‘구속하면 안된다’는 식의 여론이 만들어져서 판결 내리는데 부담감이 커졌다”며 “판결 이후에는 신상이 털리고, 글이 달리고, 때로는 저주에 가까운 글도 있어 읽기가 무섭다”고 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결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야 얼마든지 수용하지만, 무턱대고 파면하라는 건 삼권분립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헌법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면 파면되지 않는다’는 조항으로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법관이 자신의 판결로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선거사건 등 정치적 사건에서 ‘입맛’과 다른 판결을 낸 후, 신체 위협을 당한 적도 있다.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부 시민들이 “법복을 벗으라”며 재판장의 자택을 쫓아가 집회를 열고 계란을 던지거나, 재판장의 중학생 자녀가 “너희 아빠가 그 판사지?” 하며 따돌림을 당한 일 등이 최근 몇 년 사이에도 있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화염병이 촛불 됐듯, 무력시위가 의견표출 정도로 순화돼 가는 건 다행이지만 당하는 (판사들) 입장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는 여전할 것”이라고 했다.

◇140쪽 판결문, 한문장으로 압축해 비판
여론몰이의 근거가 분명한 것도 아니다. 정형식 부장판사는 전날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 선고를 진행하며 “법정에서 판결내용을 상세하게 모든 걸 망라해 설명할 수는 없다”며 “주된 내용만 설명하고, 설명되지 않은 주장이 있다면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문은 140여쪽. 72분 남짓 이어진 선고공판에서 이걸 죄다 읽을 수 없어, 판결에 이르는 논리적 과정을 쉽게 알기는 어렵다.

한 단독 법관은 “기록도 보지 않고 다른 재판부의 사건을 언급하는 것은 법관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금기(禁忌)시된다”고 했다. 6일 오전까지 법원 내부 통신망에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 관련 법관이 의견을 표명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중견 변호사는 “국민들이 판결문을 죄다 훑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사법신뢰는 결과로 말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 여론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결론이라면 설명이 더 충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사 여론 재판’에 불을 지피는 건, 정치인들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삼성과 법관의 유착 ‘삼법유착’이다”, “(이 부회장 사건을 담당한) 형사 13부에 대한 여러 가지 구설수도 있다. 이 재판부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이 나올 때쯤 신설해 2심이 여기에 배당됐다”고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판결 하나로 ‘역적’도 되고, ‘영웅’도 되는 상황이 되자, 젊은 세대 법관들은 형사재판을 피하는 분위기까지 생겼다. 지방의 한 판사는 “예전에야 형사부 보직이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산더미 같은 업무강도에 국민적 관심까지 받게 되면 신경이 쓰인다”면서 “형사 단독 재판부 업무는 요즘 판사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장전담 업무를 맡았었던 한 판사는 “수사기록과 피의자를 몇 시간 심문한 내용만 갖고, 한 사람의 인신 구속을 결정하는 일이 결
코 쉽지 않다”면서 “같은 기준으로 일하는데 결과에 따라 뒷말이 무성해, 영장 업무를 볼 땐 아예 뉴스를 안 봤다”고 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100% 단언할 수는 없지만 판사 대다수는 법률에 따라 판단할 뿐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다른 잣대를 들이밀며 사법체계를 흔드는 생각이나 말은 결국 국민들이 올바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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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6/20180206016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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