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만 잘 활용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불안한 수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라인업, 중심 없는 포메이션과 전술 활용 등 손대야 할 곳이 많다. 최전방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골을 넣기 위해선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손흥민의 존재감과 역할이 중요하기에 손흥민의 활용법은 꼭 한 번 짚고 넘어갈 문제다.
한국대표팀이 이번 3월 두 차례 치른 북아일랜드전과 폴란드전에서 손흥민은 골을 넣지 못했다. 스트라이커라고 매 경기 골을 넣을 순 없다. 중요한 건 과정과 움직임인데 이는 개인의 능력과 팀 전술이 합쳐질 때 극대화되는 개념이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팀 전술은 이번에도 찾지 못했다. 동료들과의 호흡은 겉돌았으며 결정적 기회도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 8위의 공격수를 두고도 이 정도의 플레이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건 팀 전술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3-4-3의 실패

한국대표팀의 폴란드전 라인업. 전방 선수들 간 거리가 멀다
핵심은 간격이다. 폴란드전을 우선 보자.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포진했다. 2선에는 이재성과 권창훈이 섰다. 스리백의 3-4-3 형태였다. 문제는 1선 손흥민과 2선 이재성, 권창훈 간의 간격이었다. 1선과 2선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이재성과 권창훈의 2선이 넓게 벌어지면서 공격 형태는 자연스럽게 긴 볼 싸움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간격이 벌어져 있으니 별 도리가 없었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우고 롱 볼 축구를 한 것이다. 맞지 않는 옷이었다.
더군다나 레반도프스키를 앞세운 폴란드의 공세에 밀려 기성용, 정우영의 중앙 미드필드라인도 뒤로 물러나 있었다. 좌우, 중앙 할 것 없이 손흥민과의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긴 볼 연결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고립됐고 활로는 찾기 어려웠다.
이와 같은 문제는 앞선 북아일랜드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의 파트너로 김신욱이 서면서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하려는 공격 때문에 긴 볼이 많이 나오면서 발기술과 스피드가 뛰어난 손흥민의 강점이 묻히고 말았다. 손흥민이 할 수 있는 건 롱 볼을 받으려 계속해서 달리는 것뿐이었다.
측면을 강조하는 3-4-3이라도 전방 3톱의 간격을 좁히는 형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윙백의 높이를 유지하면서 2선 공격의 폭을 안으로 좁히는 방식이다. 잉글랜드의 첼시나 토트넘이 활용했던 형태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은 전술적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고 결국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전술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재의 부상에 따른 교체이기도 했지만 한국대표팀은 김민재 대신 수비수를 넣지 않고 공격수를 투입하면서 아예 포메이션을 바꾸어 버렸다. 손흥민을 활용 못한 3-4-3의 실패를 받아들인 셈이었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우기 위한 전제

손흥민이 서는 토트넘 공격라인의 특징은 좁은 간격이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울 때는 무엇보다 공격수들 간의 간격에 주목해야 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손흥민 개인의 특징에 있다. 손흥민이 최전방에 선다고 해서 상대 중앙 수비수들과 힘과 높이로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이 타깃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손흥민이 최전방에 선다는 건 가짜톱 전술을 의미한다. 페널티 박스 안에 머물지 않고 움직이고 빠져나가면서 쉴 새 없이 2선 공격수들과 연계하는 게 핵심이다. 거리가 멀면 연계 플레이는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좁혀야 하는 것이다.
손흥민 개인적으로도 기술과 속도가 있으므로 공이 길게 들어오는 것보다 발 아래로 짧게 연결돼 수비수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형태가 적합하다. 첼시가 아자르를 가짜톱으로 세웠을 때 뒤쪽에서 롱 볼만 줄기차게 연결하다 크게 고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간격을 좁혀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팀 전술적 차원이다. 손흥민을 앞에 세울 때는 상대의 공격을 끊어내 재빠르게 역습하는 ‘쇼트 카운터’ 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다. 전방 압박으로 상대의 공을 끊어내야 가능한 게 쇼트 카운터다. 이를 위해선 전방 공격수들 간의 좁은 간격 유지가 필수적이다. 압박은 상대를 에워싸는 개념이다. 상대를 에워싸 공을 뺏으려면 동료 간 간격이 좁아야만 한다. 거리가 멀면 간격을 좁히다 시간을 다 보낸다. 간격을 좁혀 압박하고 공을 뺏어 빠르게 역공하는 것이다.리버풀이나 토트넘 등 전방 압박에 이은 쇼트 카운터를 즐겨 쓰는 팀들이 전방 공격 라인의 폭을 좁혀 세우는 것과 같은 이유다.
현실적 최적의 투톱 조합

잘츠부르크의 공격수 황희찬
현실적으로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우려면 4-4-2 포메이션이 현재로선 최적이다. 에릭센과 같은 선수가 있다면 손흥민을 최전방에 두고 측면을 벌려 세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한국대표팀엔 에릭센이 없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전술적으로 최적의 수를 찾아야 하는데 전방 공격수간의 거리를 기본적으로 좁게 유지할 수 있는 투톱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투톱의 조합도 중요하다. 손흥민과 김신욱보단 손흥민과 황희찬 혹은 이근호처럼 좁은 간격 안에서 짧은 연결을 주고받으며 지속적인 전방 압박과 속도를 통한 역습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조합이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김신욱은 상대가 피지컬적으로 약할 때나 경기 도중 전술 변화가 필요할 때 슈퍼 서브로 활용하는 게 팀이나 선수 본인에게나 적합한 선택이 될 것 같다.
이와 같은 선택은 한국대표팀이 폴란드전에서 시도한 포메이션 변화를 통해서도 확인한 일이다. 3-4-3으로 시작한 한국대표팀은 황희찬 투입 이후 4-4-2로, 후반 중반 김신욱 투입 이후엔 4-2-3-1(4-3-3의 변형)로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었다.

원톱과 2선 공격수들 간의 거리가 멀면 공격은 막히고 제한적이 된다
부족했지만 그래도 3-4-3보단 4-4-2와 4-2-3-1에서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3-4-3에서 간격이 벌어지면서 힘을 쓰지 못했던 손흥민도 4-4-2에서 황희찬과 투톱으로 뛰면서 부족하나마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손흥민은 김신욱을 최전방에 세운 4-2-3-1에선 2선으로 내려오긴 했지만 황희찬, 권창훈과 계속해서 간격을 좁혀 파고드는 플레이로 사실상 중앙 공격수로 뛰었다. 이 과정에서 어시스트를 포함해 몇 차례 눈에 띄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운다면 특히 신경 써야 하는 건 간격이며 피해야 하는 건 롱 볼이다. 개인적으론 손흥민은 자유롭게 2선에 있을 때 더 빛을 발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지만 자원의 부족 등으로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워야 한다면 좁혀 세우는 ‘간격’의 문제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팀 전술이 선수 개인을 살리기도 하지만,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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