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정부, 돈 퍼부었다···'갑툭튀 4분기' 성장에 2% 턱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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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애란 기자
그야말로 ‘깜짝’ 성적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1.2%를 기록했다.
이는 잠재성장률(분기별 0.67%)을 한참 웃돌 뿐 아니라, 1%에 못 미칠 거라던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수치다. 2017년 3분기(1.5%) 이후 9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기도 하다. 4분기의 높은 성장률 덕분에 우리 경제는 지난해 연간 성장률(2.0%)이 2%대에 간신히 턱걸이할 수 있었다.
저조하던 성장세가 살아난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동안 우리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던 건설투자가 지난해 4분기 갑자기 급증하며 성장률 제고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는 건물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면서 6.3% 증가했다. 이는 2001년 3분기(8.6%) 이후 무려 18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증가율 자체가 높기도 하지만 3분기에 건설투자가 6.0%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파른 추세 전환이다.
지난해 내내 부진했던 건설업이 4분기에 갑자기 왜 살아났을까. 이유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최대한 늘리면서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한 건설업에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례적으로 건설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기적으로 한은의 3분기 성장률 속보치 발표(지난해 10월 24일)를 앞둔 시점이었다. 성장률이 상당히 부진할 것을 예견하고 ‘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가 ‘토건을 통한 인위적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까지 ‘2.0% 연간 성장률 사수’에 나선 셈이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정부 주도 경기부양이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엔 효과가 있지만 지속 가능하진 않다는 점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의 투자나 소비, 민간의 건설투자는 여전히 크게 살아나기 어렵기 때문에 올 상반기에도 정부가 재정을 많이 써서 성장을 지탱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예산)은 한정돼있기 때문에 당장의 성장률 수치에 연연하기보다는 한국경제의 의미 있는 반등을 위한 체력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조급한 정부, 돈 퍼부었다···'갑툭튀 4분기' 성장에 2% 턱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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