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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20년간 '종이비행기'였던 kf-x...'진짜 전투기'로 하늘 난다

20년간 ‘종이비행기’였던 KF-X… ‘진짜 전투기’로 하늘 난다

입력 2021.03.01 12:00 수정 2021.03.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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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시제 1호기, 4월 출고식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X) 실물 크기 모형이 2019년 10월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9' 미디어 데이에서 최초 공개된 모습. 이한호 기자

 

우리 손으로 처음 만든 전투기인 KF-X(한국형 전투기) 시제기가 다음달 드디어 공장 밖으로 나온다. 20년 동안 ‘종이비행기’였던 KF-X가 실제 모습을 드러내고 하늘을 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2026년까지 총 2,200여회의 시험비행을 무사 통과하면 우리나라는 전투기를 개발한 13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시제 1호기 출고식’을 앞두고 지난달 24일, 방위사업청과 KF-X를 공동 개발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경남 사천 공장의 제작 현장을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마무리 작업 중인 KF-X 시제 1호기 모습. 국방일보 제공

 

시제 1호기 공정 92% 진행… “국산화율 65%”

축구장 3배 크기(2만1,600㎡)의 KAI 사천공장 ‘고정익동’에서는 출고를 앞둔 시제 1호기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조립라인 맨 앞줄에 서 있는 시제 1호기는 엔진까지 장착해 전투기 외형을 거의 갖추고 있었다. 시제 1호기임을 알려주는 ‘KF-X 001’ 문구도 날개 중앙에 크게 박혔다. KAI 관계자는 “현재 공정의 92%가 진행됐고 도색 등 마무리 작업만 남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연두색 동체인 KF-X가 곧 회색 옷을 입게 되는 것이다. 현재 무게는 12톤이지만, 추후 연료에 미사일 등 무기까지 장착하면 25톤이 된다. 실전에 투입되는 KF-X는 길이 16.9m·폭 11.2m·높이 4.7m로 F-16 전투기보다 크고 F-15K보다는 좀 작다.

 

KF-X 시제 1호기 모습. KAI 제공. 김주영 기자

 

실제 시험비행에 나서는 시제기는 6대지만, 지상에서 내구성 테스트에 투입되는 시제기 두 대를 포함하면 총 8대가 제작 중이다. 하늘을 날지 않는 시제기 2대에 대해선 비행 하중의 150%를 버틸 수 있는지, 실제 수명(8,000시간 비행)의 2.5배를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정광선 방사청 KF-X사업단장은 “KF-X는 대한민국이 태어나서 처음 개발하는 전투기로, 시제기 출고는 그간 설계도면으로만 봐왔던 전투기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형상화해 실제 성능이 나오는지를 검증하기 시작한 단계로 보면 된다”며 “부품 국산화율(비용 기준)은 65%로,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국내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3월 17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박준영 생도에게 기념메달을 달아주고있다. 김 대통령은 1년 뒤 공사 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업타당성조사만 7번… 비관론과 싸워온 20년

개발 비용만 8.8조원, 양산(총 120대)까지 포함하면 총 18조원이 들어가는 ‘역대 최대 무기도입 사업’인 KF-X 사업은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듬해 합동참모회의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 소요를 확정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공언한 사업치곤 이례적으로 진행이 매우 더뎠다. ‘과연 우리가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느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식의 비관론이 매번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자국 전투기를 판매하려는 해외 방산업체들의 '방해 공작'도 한몫 했다. 때문에 다른 무기체계라면 한 번이면 족했을 사업타당성조사를 무려 7번이나 했다.

2013년에 ‘차기 전투기(FX) 사업에서 선정된 해외 업체로부터 일부 기술을 이전 받는다’는 조건을 달고서야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35 전투기 수십 대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반대급부로 KF-X에 적용될 핵심 기술을 전수 받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 약속을 뒤집으면서 사업은 또 위기를 맞았다. 작고한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본예산에 KF-X 예산이 처음 반영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전투기의 눈’이라 불리는 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더 등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기술도 절치부심한 끝에 결국 우리 힘으로 개발해 냈다.

한국형 차세대전투기(KF-X) 실물 크기 모형이 2019년 10월 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9' 미디어 데이에서 최초 공개된 모습. 이한호 기자

 

“주 52시간제 풀어달라”… 인니 분담금 미납도 난제

‘시제기 출고식’은 가슴 뭉클한 이벤트이지만, 축포를 터뜨리긴 이르다. 출고식 이후 넘어야 할 산이 더 고난도이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중반부터 1년여 동안 지상에서 내구력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한 후에야 초도비행(시험비행)이 가능하다. 방사청과 KAI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총 2,200여 차례 시험비행을 할 예정이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거나 내부 준비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애초 체계개발 완료를 못 박은 2026년보다 늦어질 수 있다. 류광수 KAI 고정익사업부문장은 “안 그래도 늦어진 사업이라 시험비행 일정이 빡빡한데 날씨가 좋지 않거나 내부 준비가 지연되면 애초 시한을 맞추지 못하게 된다”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주 52시간 근무제로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연구개발 분야만이라도 주 52시간제를 풀어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일보

 

KF-X 공동 개발에 나선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도 풀어야 할 난제다. 총 개발비의 20%(1조7,600억원)를 분담하기로 한 인도네시아는 현재까지 6,044억원을 미납했다. 최근 인도네시아가 미국의 F-15EX와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구매 계획을 밝혔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KF-X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광선 단장은 “현재 양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 중인데 인도네시아가 자연재해와 코로나19 등으로 상황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일각에선 공동개발이 무산되면 KF-X 사업이 끝까지 못 갈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항공기까지 만들었는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남 사천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