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평양사령부 “핵미사일 안보 위협에 역사문제 제쳐두고
전략적 대응 필요” 조언… 난사군도 패권주의에
핵무장 북한 감싸는 중국 견제할 나라는 미국뿐

마크 몽고메리 소장(작전참모부장)은 “태평양사령부의 중요한 도전 과제는 북한의 김정은과 난사 군도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라고 지적했다. 태평양사령부의 고위 장성들이나 하와이의 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하와이를 찾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편협) 회장단에 두 가지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했다. 첫째는 난사 군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역할을 한국이 방관해서는 안 되며, 두 번째는 동북아와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한국군과 일본의 자위대가 군사적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몽고메리 소장은 초급 장교였을 때 난사 군도의 파이어리크로스 리프에는 테이블만 한 바위가 물 위로 올라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지금은 3000m 길이의 활주로와 항구를 조성하고 레이더, 급유시설, 미사일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주변국의 동의 없이 이런 인공섬을 7개나 만들었고 이 중 3개에 활주로가 있다. 미국은 이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몽고메리 소장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거론하며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이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동서문화센터의 데니 로이 선임연구원은 “아베 신조를 비롯한 보수 정치인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행위를 좋게 생각하지 않지만 미국인들은 한일 간 적대감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안보위기 상황에서 역사 문제를 제쳐두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8년여 동안 막대한 사상자를 내며 전쟁을 벌였으나 올해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무기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한 데서 보듯 두 나라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적 외교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역사에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미국식 사고로는 한일관계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비난했지만 미국에서 나오는 ‘한국 무임승차론’의 핵심은 돈이 아니다. 미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평택기지 건설 비용을 비롯해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일고 있는 무임승차론의 핵심은 미국의 세계 안보전략에서 동맹으로서 한국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달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오늘날 미국이 사실상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전략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난사 군도에서 패권주의로 나가면서 북한을 끼고도는 중국을 견제할 힘을 가진 나라도 미국뿐이다. 과거사에 집착해 전략적 집단안보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미국의 조언을 여러 방면에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호놀룰루에서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