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 진단
연평균 임금도 도요타보다 많아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발목 잡고
강성 노조, 글로벌 경쟁력 갉아먹어
‘FTA 악재’에도 현대차 파업 강행
“이대로 갈 경우엔 노사 모두 공멸”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완성차 제조사의 지난해 연평균 임금은 9213만원이다. 일본 도요타(9104만원)나 독일 폴크스바겐(8040만원)보다도 많다.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투입하는 시간은 국내 평균이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포드(21.3 시간)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파업 시 대체근로도 쓸 수 없다. 공장 간 물량 조정, 사업장 내 전환배치까지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8/23/ff6ebca4-7124-4ca9-a10b-333fa00a4fce.jpg)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12.2%)은 세계 1위”라며 “학계에선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10%를 초과하면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매출 대비 인건비는 7.8%다.
22일 오전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 간담회에서도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매년 파업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노조는 임금을 더 달라고 요구한다. 기아차 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을 벌이고 있는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도대체 기아차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래도 임금(2016년 평균 9600만원)은 줄 만큼 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행태는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한국비교노동법학회가 100인 이상 178개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조가 강성인 기업은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노조가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2.52%)은 그렇지 않은 기업(5.1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성 노조의 노사협상 기간과 협상 횟수(70.7일, 10.6회)는 연성 노조(38.9일, 6.8회)보다 길었는데, 이것이 기업 생산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강성 노조로 홍역을 겪는 국산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15년 81.8%에서 지난해 67.9%로 줄었다. 2005년부터 지켜오던 자동차 생산 대수 5위의 타이틀도 지난해 인도에 내주며 6위로 내려갔다. 2015년 세계 3대 자동차 수출 대국의 위상도 지난해 5위로 추락했다. 내수·생산·수출 등 3대 지표가 모두 내리막길이다.
2012~2016년 5년간 파업으로 야기한 생산차질은 현대차 7조3000억원(34만2000대), 기아차는 5조5000억원(27만8400대)이다. 한국GM도 지난 5년 중 3년 동안 9400억원(4만7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파업이라는 수단을 수시로 활용하면서 기업 비용을 늘리고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노사 모두 공멸한다”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미 FTA 협상이라는 복병까지 가세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사이의 불공정 무역 사례로 자동차를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2011년 83억 달러에서 2016년 115억 달러로 78.4% 늘었다.
미 정부는 지난해 없어진 대미 수출 관세(2.5%) 부활, 국내 완성차 기업의 현지 생산 증대 및 투자 확대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국내 차 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이다.
GM·포드·FCA 미국 완성차 3사로 구성한 미국자동차산업정책위원회(AAPC)도 ▶강화된 온실가스 배출 기준 ▶방향지시등 색상 규제 ▶자동차의 교환·환불을 쉽게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지면에서 차체 밑바닥까지의 높이 규제 등의 수출 장벽을 없애줄 것을 미 행정부에 주문했다.
정부는 미국차의 수입 증가율이 339.7%로 전체 수입차 증가율(158.8%)의 두 배가 넘고, 수출 관세가 완전히 없어진 지난해에는 되레 한국차의 수출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내세워 방어 논리를 펼칠 예정이다.
문희철·손해용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