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 17분. 건설 찬성 의견이 19% 정도 높게 나오자 울산 울주군청 브리핑룸에 모여 TV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대정부 권고안’ 발표를 시청하던 울주군민 8명은 “이야~!” 하며 손뼉을 쳤다.

울산 울주군청 브리핑룸에서 대정부 권고안 발표를 보던 울주군민들이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20일 오전 발표 결과에 울주군 “두 팔 벌려 환영”
하청업체 현장소장 "조마조마했는데 다행"
건설추진됐던 경북 영덕주민들 “천지원전도 재개하라”
이들은 9시 50분쯤 이곳에 자리 잡고 ‘신고리 5, 6호기 결사반대’, ‘원전 없는 전력정책 에너지 안보 무너진다!’라고 써진 손팻말을 든 채 발표를 기다렸다.
일부 주민들은 발표가 난 뒤 “나 울었어. 엉엉”이라며 서로 부둥켜안거나 서로 악수하며 찬성 결과가 나온 것을 자축했다. 여기저기서 ‘만세’라는 소리가 들렸다.

결과가 발표되기 전 걱정스런 표정으로 TV를 주시하고 있는 울주군민들. 최은경 기자
울주군 범군민 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원전의 안전 건설과 안전 가동을 위해 가장 가까이에서 철두철미한 파수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울주군민 손복락 원전특별위원장은 원전 주변에 살면서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고용 창출, 지원금에 따른 지역 개발 등이 있어 생활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관련 업체들도 이번 결과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한 협력업체 소장 A씨는 “여론조사에서 찬성, 반대가 반반으로 나와 발표 전까지 조마조마했는데 큰 차이로 찬성 의견이 나와 안심 된다”며 “앞으로 남은 절차가 있으니 그동안 작업 준비를 잘 하겠다”고 웃었다.

신장열 울주군수(왼쪽에서 다섯번째)와 울주군 의원들이 건설 재개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원전 건설 중단을 주장하던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이 나면서 건설 중단 위기에 놓였던 천지원전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울산시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과 인근 마을이 마치 폭풍전야 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송봉근 기자
천지원전 1·2호기는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에 2027년 건설 예정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땅 주인들에게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에 대한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지역 주민들이 지난 5년간 땅을 마음대로 팔지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는 게 조 회장의 말이다.
김영찬(62)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이장은 “정부는 공사를 재개하든지 경제적 기반을 잃은 주민들에게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성·신월성 원전이 위치한 경북 경주의 환경단체는 공론화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어쨌든 정부의 기본 정책이 탈핵 아니냐. 우리는 장기적으로 원전 반대 운동을 계속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471명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담은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건설 재개 의견이 59.5%, 건설 중단 의견이 40.5%였다.
울산·영덕=최은경·백경서 기자 chin1ch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