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7>간
정동현 셰프
소 간. 동아일보DB
정동현 셰프
“간만 따로 파나요?”“따로 안 팝니다. 서비스로 나가요.”
“간을 너무 좋아해서 그러는데요, 따로 주문할 수 있나요?”
“많이 드릴게요.”
주인장의 단호한 대답에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 간을 공짜로 많이 먹으면 눈치가 보일 터. 돈 내고 당당하게 많이 먹겠다는 의도인데. 암튼 서로 배려하려는 마음이 훈훈하기도 하여라. 우리는 곱창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서울대 입구 관악초등학교 뒤 언덕에 있는, 아는 사람은 안다는 그곳, 이름도 언밸런스한 ‘신기루 황소곱창’이 목적지다.
‘보리밭에 달 뜨면/애기 하나 먹고/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간은 육식동물의 적통인 나 같은 놈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좋아한다. 곱창집에 가야만 생간을 먹을 수 있고 기껏해야 순댓집의 돼지 간 정도만 맛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서구 여러 나라에서 간을 즐기는 방법은 다채롭고 풍성하기까지 하다.
미식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는 어느 정육점을 가도 송아지 간을 살 수 있다. 이것을 올리브유, 마늘, 발사믹 식초 약간 넣어 빠르게 구우면 단번에 고급스러운 요리가 된다. 닭 간도 그들의 간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그 조그만 닭 간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명하고 광범위하게 사랑을 받는다. 영국, 호주, 프랑스 어디를 가든 마트에 들르면 잘 포장된 닭 간을 볼 수 있다. 어떻게 먹든 간 맛이 나겠지만 그래도 역시 파테(p^at´e)야말로 닭 간 요리 중 으뜸이다. 파테는 페이스트(paste)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간이든 고기든 뭐든 으깨어 내면 말 뜻대로 파테가 되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닭간파테’다. 프랑스보다 오히려 영국에서 더 큰 사랑을 받는 닭간파테는 샬럿 마늘 같은 허브, 그리고 브랜디, 닭 간, 달걀 등을 갈아 중탕으로 익혀 만든다. 파테는 빵에 찍거나 올려서 먹는다. 닭 간을 못 먹는 사람도 파테는 먹는다. 닭 간이 들어갔다는 것은 모르겠지, 아마.
푸아그라
하나 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푸아그라(foie gras)를 빼놓고는 간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프랑스 법에 ‘프랑스의 음식문화유산’이라고 정식 기재된 그 유명한 푸아그라를 실제로 목격하면 일단 그 크기에 놀란다. 닭 간은 커봤자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지만 푸아그라는 어른 손바닥만 하다. 그 비밀은 마사지에 있다. 거위 입에 깔때기를 대고 억지로 사료를 밀어 넣는다. 살살, 조물조물, 목을 쓸어내리듯 만져주면 그제야 거위의 막힌 목이 뚫리고 소화가 되기 시작한다. 살은 찌고 간은 붓고 하여 푸아그라 크기로 변한다. 거위 신세가 불쌍하지만 어쩌랴. 푸아그라는 맛있는 것을. 이 푸아그라를 큼지막하게 잘라 버터에 굽고 미디엄 레어로 익힌 스테이크 위에 올려서 먹으면, 아 모르겠다, 먹고 죽자는 심정이 된다.그날 우리가 그런 심정으로 간을 세 종지째 비웠을 때 주인아주머니는 주방에 대고 이렇게 외쳤다.
“간 정말 많이!”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필자(33)는 영국 고든 램지 요리학교 ‘탕테 마리’에서 유학하고 호주 멜버른 크라운 호텔 등 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정동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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