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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 세계유산으로"...서울시,느닷없는 토지보상 속도전-동아일보

 

 

“풍납토성 세계유산으로”… 서울시, 느닷없는 토지보상 속도전

송충현기자 , 이철호기자

입력 2015-12-24 03:00:00 수정 2015-12-24 03:00:00

 

 

市 “2020년까지 유네스코 등재 목표”… 지방채 발행 등 5년간 5137억 투입
보상 차질땐 강제이주도 검토… 주민들 “박원순 업적쌓기용 의심


백제 초기 수도 터로 추정되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발굴을 위해 5000억 원이 넘는 토지 보상비가 투입된다. 서울 시내 유적 발굴에 수천억 원을 들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5년간 풍납토성 유적 발굴에 5137억 원의 토지 보상비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대상 지역은 풍납토성 내 문화재 보존지역(72만7005m²) 중 왕궁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핵심지역(약 2만2464m²)을 포함해 약 9만6000m²다. 이 기간에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함께 핵심지역을 집중 발굴한다. 매년 국비와 시비 571억 원을 투입하고 부족분은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할 계획이다. 서울지역 유적 발굴 사업 중에선 보상 기간과 비용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풍납토성 토지 보상비로 막대한 돈을 들이는 이유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다. ‘집중 보상’을 통한 조기 발굴로 올 7월 충남 공주 부여, 전북 익산 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후기 백제 역사유적과 연계해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관광코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풍납토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왕성’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963년 사적 제11호로 지정된 풍납토성 일대에서는 현재 유적 발굴이 한창이다. 백제 초기의 왕이 살았던 왕궁 터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인 유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성 안팎에서 관청과 도로, 우물의 흔적과 토기, 기와 등 수십만 점의 유물이 발견됐을 뿐이다. 경복궁 근정전처럼 왕실을 대표하는 시설이나 왕의 거주지는 땅 속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희진 역사문화연구소장은 “풍납토성이 왕성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발굴에 나서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왕성이라는 검증도 철저히 하지 않고 50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보상계획에 합의한 문화재청조차 “왕실 흔적을 언제 찾을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아직 멀었다”라며 서울시의 2020년 등재 계획에 회의적이다. 

 
주민들도 서울시의 ‘속도전’에 불만을 나타냈다. 보상 방식과 이주 방안 등의 구체적 협의 없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보상계획을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집중 발굴지로 선정한 지역에는 170가구가 살고 있다. 이 중 80가구 정도는 보상에 합의한 상태이며 나머지는 보상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필요하다면 이들의 강제 이주도 검토 중이다. 김홍제 풍납토성 주민대책위원장은 “주민 대다수가 박원순 시장이 임기 중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과 보상 범위와 발굴 시기 등을 조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희은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장은 “토지 수용 대상 주민들을 발굴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풍납동 내 다른 주거지역으로 이주토록 지원하는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경제부 페이스북·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