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해 국제부장의 글로벌 이슈&]옥스퍼드대 엘리트들 ‘배신 정치’의 종말은
최영해 국제부장
입력 2016-07-04 03:00:00 수정 2016-07-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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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고브의 출마 선언을 “뻐꾸기 둥지 음모(cuckoo nest plot)”라고 했다. 뒤통수친 고브의 배신을 ‘뻐꾸기가 다른 새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새끼치기를 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존슨이 기자회견을 하는 세인트어민 호텔에는 하원 의원이 90명 모이기로 했으나 달랑 25명만 모였다. 고브가 전날 밤 존슨 지지파 수십 명을 구워삶았던 것이다. 연단에 선 존슨은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브루투스의 말을 인용했다.
“지금은 역사의 흐름에 싸울 때가 아니라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운명을 항해할 때입니다.” 폭탄선언은 뒤에 있었다. “동료들과 논의한 결과 내가 총리가 될 사람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영문도 모른 의원들의 눈이 동그래졌고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흐느끼는 의원도 있었다. 존슨은 질문도 받지 않고 호텔 비상구로 빠져나가 버렸다.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믿었던 동료의 칼에 찔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브렉시트 권력을 놓고 벌어진 배신의 드라마 주인공인 캐머런, 존슨, 고브는 영국의 최고 명문 옥스퍼드대 동문이다. 캐머런 총리 밑에서 법무장관을 맡은 고브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식사할 정도로 캐머런과 막역한 사이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두 사람 사이를 쫙 갈라놨다. 고브는 캐머런에게 등 돌리면서 존슨과 손잡고 브렉시트를 선동했다. 존슨과 고브, 둘 다 사회 초년병을 기자로 출발해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지내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배신과 반역의 드라마엔 으레 여자가 등장하는 법이다. 약삭빠른 고브의 뒤엔 데일리메일 칼럼니스트인 그의 부인 세라 바인이 있었다. 바인은 남편에게 보낸 e메일에서 “확실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존슨을 지지하지 말라.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과 데일리메일 편집인 폴 데이커는 존슨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라는 내용을 썼다. 이 메일이 엉뚱하게 다른 사람에게 보내졌고, 한 신문의 1면과 2면 톱을 장식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인가, 바인이 일부러 흘렸다는 의혹이 퍼졌다. 칼을 맞은 존슨 입에서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하다.
최고 엘리트 옥스퍼드대 동문 3인방을 둘러싼 배신과 음모의 정치, 그 종착역은 어디일까. 잃을 게 많아 너무나 두렵고 배부른 보수들의 치사하고 지저분한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고든 레이너 텔레그래프 수석 기자는 “정치는 정말 더러운 비즈니스다”라고 썼다. 배신과 음모가 활개 치는 정치판은 어디서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최영해 국제부장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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