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은 권한대행 결정을 돕고
충실히 따라 심적 부담 덜어줘야
헌법엔 대행의 권한에 제약 없어
그가 지도력 발휘하도록 돕는 게
시민들의 도덕적 책무이자
자신의 궁극적 이익 지키는 길
권한대행의 사전적 뜻은 ‘임시로 복무함’이다. 즉 정당한 후임자가 나올 때까지 복무하지만 권한은 모두 행사한다. 헌법도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했다. 대행의 권한에 대한 제약이 없다.
이 점은 권한대행이 빈번한 군대에서 잘 드러난다. 지휘관이 부대를 지휘할 능력을 잃으면 바로 아래 사람이 온전히 이어받는다. 1950년 겨울의 ‘장진호 싸움’에서 미군이 중공군에 포위되었을 때 대위인 중대장 이하 장교들이 차례로 쓰러져 마지막엔 소위가 중대를 지휘한 경우들이 흔했다.
권한대행에 관한 교훈들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1942년 6월의 ‘미드웨이 해전’이다. 펄 하버 기습으로 우세를 확보한 일본 함대와 겨우 살아남은 항공모함들로 이루어진 미국 함대 사이에 벌어진 이 해전에서 미국 함대가 승리함으로써 태평양 전쟁의 흐름이 단숨에 바뀌었다.
싸움이 시작된 날 훈련이 덜 된 미국 항공모함들에선 함재기 발진이 느렸다. 먼저 뜬 함재기들은 상공에서 선회하느라 기름을 써서, 마지막 함재기가 뜨면 먼저 뜬 함재기들은 급유를 위해 다시 내려야 될 판이었다. 스프루언스는 먼저 뜬 어뢰 폭격기들이 바로 목표를 찾아 나서도록 했다. 원래 어뢰 폭격기, 급강하 폭격기와 전투기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모든 해군들의 교리였다. 그래야 폭격기들을 적군 전투기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스프루언스의 결단은 교리에 어긋나는 모험이었고, 일이 잘못되면 그는 어리석은 패장으로 기록될 터였다.
실제로 일본 함대에 접근한 미군 어뢰 폭격기들은 일본 전투기들에 의해 모조리 격추되었다. 그때 미국 급강하 폭격기 편대 하나가 일본 항공모함들을 찾아냈다. 일본 전투기들이 낮게 들어오는 어뢰 폭격기들을 사냥하느라 함대 상공을 비운 사이 미국 폭격기들은 급강하해서 일본 항공모함들을 격침시켰다.
날이 저물자 스프루언스는 함대를 뒤로 물렸다. 아직 전함들을 보유한 일본 함대를 어둠 속에 쫓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결정은 홀지의 공격적 태도에 익숙한 참모들의 반발과 경멸을 불렀다. 그래도 그는 자기 판단에 따랐다. 실제로 일본 함대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남은 전함들을 이끌고 미국 함대를 찾아 나섰다. 날이 밝자 스프루언스는 함대를 돌려 손상된 일본 군함들을 따라잡아 격침시켰다. 전사가들은 참모들의 반발과 경멸을 견디면서 승리를 굳힌 스프루언스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여기서 우리는 확인한다, 권한대행이 느끼게 마련인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참모들은 권한대행의 결정을 돕고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것을. 황교안 권한대행은 청와대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국정을 이끌어야 하고 비서관들은 그를 충실히 보좌해야 한다.
한편 사령관 권한대행 플레처 소장은 자신의 기함인 항공모함이 격침되자 순양함으로 옮겼다. 그리고 두 척의 항공모함들을 직접 지휘해 작전을 보다 잘 이끌 수 있는 스프루언스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스프루언스가 전황을 보고하고서 “내게 내릴 지침이 있습니까?”하고 묻자 플레처는 답했다. “없소. 당신의 기동에 나도 맞추겠소.” 권한대행에게 이전되는 권한은 온전하며 권한을 넘긴 지휘관도 대행의 지휘를 받는 게 순리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일화다.
나라가 어려우니 과감한 지도력이 절실하다. 업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어려울 수밖에 없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도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은 시민들의 도덕적 책무다. 물론 자신들의 궁극적 이익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복거일 소설가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중앙시평]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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