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 세 가지는 묻지 말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물어선
안 될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인 경우에 그 세 가지가
무엇인가 궁금한 사람이
많겠지만 그 세 가지는 매우
간단한 것입니다.
첫째, 누구를 만나도
“고향이 어디지?”라고 묻지 말라.
그 사람이 자기의 고향을
자기가 정한 뒤에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무슨 대학 나왔어?”
라고 묻지 말라.
물론 나면서부터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 해서
일류대학에 힘들이지 않고
쉽게 들어가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부모의 노력이 성공의
70% 내지 80%를 차지하는
우리들의 교육 현장임을
감안할 때 그런 질문은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누구이든 처음 만나서
통성명할 때,
“아버지가 누구냐?”고 묻지 말라
고 나는 후배들에게 가르칩니다.
누구도 자기 아버지를
자기가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 말은 그의 아버지가 훌륭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오늘 처음 만난
그 사람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잘못된
사회라고 지적하는 이들은
한국인이 지나치게
지연(地緣) 학연(學緣) 혈연(血緣)
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고향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줍니다.
동향사람을 만나는 일이
즐겁기는 하지만
지나치면 사회에 병이
듭니다.
작년에 ‘물방울 작가’인
김창열 화백이 찾아와 집에서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김 화백이
"나도 맹산 사람이다"라고 하여
한편 놀라고 한편 기뻤습니다.
최근에는
그이 동생 김창활이
[형님과 함께 한 시간들]이라는
책을 출판하여 내게 한권
보내 주어서 읽어봤는데
흥미진진하다고 느꼈습니다.
그의 형 창열이와 나는
맹산이라는 험한 산골에서
비슷한 때에 태어났는데
태어난 곳이 또한 서로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백세청풍(百世淸風)의
김병기 화백이
“맹산에서 인물이 둘이 났어.
김동길과 김창열이야”라고 했을 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내가 맹산 사람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나는 한국에서는 동창회에
가끔 참석하지만
미국에 들렸을 때
연대동문회에서 환영회를
하겠다고 하면 나는
하지 말라고 말립니다.
"외국에 나와서까지
출신학교를 따질 필요는 없다."
- 이것이 나의 지론입니다.
조상을 앞세우는 사람,
혈통(血統)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사람은 새로운 민주사회에
살 자격이 없습니다.
‘피’(血)로 만들어진
인간은 없습니다.
아버지의 정액 속의 정자 하나가
과감하게 어머니의
난자(卵子)를 향해 달려가서
만났기 때문에
우리가 태어났는데 거기에
‘피’(血)라고는
한 방울도 보이지 않습니다.
‘핏줄’ 운운하는 것은
허망한 수작입니다. DNA이야기는
좀 재미있지만
‘blue blood’(귀족의 혈통)는
동서를 막론하고 지극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랑입니다.
자유민주주의로 이 모든
미신을 타파합시다.
글쓴이 : 김동길(2016/09/15 목)
Were The Leaves of Autumn
우리벗님들~!
항상 健康하게 지내세요.
멀티미디어는 표시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