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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북한 병사,테라칸.갤로퍼 몰았다...8년째 복무


[단독] 북한 병사, 테라칸·갤로퍼 몰았다…8년째 복무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차량에서 내려 남측으로 달려가고 있다. [사진 유엔사]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차량에서 내려 남측으로 달려가고 있다. [사진 유엔사]

북한 병사는 운전병 주특기를 갖고 있으며 북한에서 현대자동차의 RV 차량인 테라칸을 몬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법학을 공부해서 법률가가 되고 싶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병사는 운전병,8년째 복무 중
상표 제거한 테라칸 몰았다고 말해
법학 공부해서 법률가 되는 게 꿈
소녀시대 '지' 오리지널 버전을 좋아해
트랜스포터3 영화를 열심히 시청
깨어나서 첫 마디는 '으윽 아파요'
물만 마시고 아무 것도 못 먹어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 따르면 북한 병사는 중학교(우리로 치면 고교)를 졸업하고 곧장 군에 입대해서 8년째 복무하고 있다. 운전병이며 북한에서 테라칸을 몰았다고 한다. 이 병사는 "개성에 이런 차가 많다"며 "갤로퍼도 몰아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동·수동 기어 차량을 다 몰아봤다. 병사는 "상표를 떼서 북한에 들어와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유엔군 사령부 대변인 채드 캐럴 대령이 22일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지난 13일 판문점 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가 넘는 순간을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유엔군 사령부 대변인 채드 캐럴 대령이 22일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지난 13일 판문점 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가 넘는 순간을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북한 병사는 "법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법학을 공부해서 법률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 법학과가 인기 있다는 사실을 얘기를 덧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진은 "한국에는 법대가 없다. 로스쿨이란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병사에게 소녀시대의 '지(Gee)' 뮤직비디오를 틀어줬다. 오리지널 버전, 두 개의 인디밴드의 락으로 된 버전(투 스테이, 네머시스) 등 세 종류의 지를 보여줬다. 그는 오리지널 버전이 좋다고 답했다. 의료진이 "외모를 따지지 말고 음악 자체를 보고 평가해달라"고 했더니 그래도 오리지널 버전을 꼽았다 한다. 의료진은 병사의 귀를 틔워주기 위해 한국 음악을 틀어준다. 시력 회복을 돕기 위해 TV를 여러 대 들여놨다. 병사는 TV를 매우 좋아한다. 채널은 영화채널로 고정했다. 뉴스를 보다 자신의 소식을 접하게 될 경우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병사는 2009년 개봉한 '트랜스포터3 -라스트미션'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 미국 헐리우드 스타 배우 짐 캐리의 영화도 즐긴다. 영화 중간에 광고가 나오자 "왜 영화를 껐냐"고 물어서 의료진이 "한국의 광고다. 이거 다 사려면 엄청 돈이 필요하다"고 설명해줬다고 한다.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과 김지영 매니저 간호사(오른쪽)가 센터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의료진은 북한병사의 충격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에 아름다운 여성이 많다. 한국에 잘 왔다"  "여기 왔으니 돈(보상금)을 많이 받을 거다" 등의 좋은 얘기를 하면서 위로하고 있다. 병사는 자면서 욕설과 의미 없는 소리, 신음 등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의료진은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충격이 배우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사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다음 날인 19일 처음으로 말을 했다. 첫 마디는 "으윽~ 아파요"였다. 인공호흡기의 관이 기도까지 박혀있다가 그걸 빼면서 통증이 매우 심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물만 먹는다. 한국임을 알려주기 위해 방 곳곳에 태극기를 걸어뒀다. 
 
 수원=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백수진 기자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