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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지적한 글은 5월 19일 본보에 게재된 ‘법인세의 진실, 노무현은 알았다’는 칼럼이다. 노무현 정부조차 높은 법인세 부담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이라고 봤다, 그러니 증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칼럼 후반부 ‘세 부담의 4분의 1 정도는 가격 인상과 신규 고용 위축의 형태로 소비자와 근로자에게 넘어온다’는 문장이 A를 자극했다. 그 분야를 오래 연구한 자신도 모르는 숫자를 단정적인 톤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혹시 몰래 연구를 해서 세계 경제학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결과라도 얻은 것인가’라고 블로그에서 물었다.
세금 전가 폭 ‘4분의 1’은 재정학자들이 널리 알고 있는 숫자이지 깜짝 놀랄 연구가 전혀 아니다. 2006년 한국조세연구원 김승래 박사는 ‘법인세 개편의 세 부담 귀착 효과 분석’이라는 용역보고서를 내놨다. 그 결과는 노무현 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에 반영돼 법인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17%, 노동자에게 8.5%, 자본에 74.5% 전가된다고 명시됐다.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넘어가는 몫을 합하면 25.5%, 즉 4분의 1 정도다. ‘세 부담의 4분의 1 정도는…’이라는 짧은 문장에는 국책연구원의 연구자가 세금의 파장을 분석하고 정부가 그 결과를 인정한 길고 복잡한 과정이 녹아 있다. 그럼에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은 내 잘못이다.
A에게 이 연구를 한 김승래 박사나 다른 유사 논문을 아는지 물었다. “누가 어떤 연구를 했는지 솔직히 잘 모른다”는 답에 놀랐다. 국내 연구 실태도 모르면서 칼날부터 세운 것인가. 그는 평소 근거 없는 ‘사이비 경제학’이 문제라고 지적한 사람인데 정작 본인이 근거도 없이 비판한 셈이다.
지금 우리는 자유로운 시장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보수 민주주의’와 시민의 참여를 중시하되 기업의 힘을 최소화하려는 ‘진보 민주주의’가 부딪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A에게서 그를 싸고 있는 좌파 진보의 프레임을 봤다. 그가 내 글을 보자마자 분노를 쏟아낸 것은 내가 보수의 프레임에 파묻혀 있다고 단정해서일지 모른다. A를 겪으면서 이런 평행 상태로는 생산적인 논쟁이 어렵다는 것, 그럼에도 토론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을 알았다. 나도, 그도 프레임에서 나와야 한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NewsStand/3/all/20171123/87410579/1#csidxce2e473e444d8d58d06866ace5797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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