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신문에 실린 부고…한 일본인의 특별한 장례식
지난달 20일 니혼게이자이 신문 사회면(35면)의 작은 광고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일본 건설기계분야 대기업인 코마츠사의 안자키 사토루(安崎暁) 전 사장이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손바닥만한 광고에는 “10월 초 암이 발견돼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안자키 전 사장의 고백이 담겨있었다. 그는 “연명 효과는 조금 있겠지만, 부작용 가능성도 있는 방사선이나 항암제 치료는 받고 싶지 않다”면서 “아직 건강할 때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강조한 것은 “남은 시간 동안 ‘Quality of Life’ (삶의 질)을 우선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3주뒤인 지난 11일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감사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생전 장례식이 열렸다. 회사 관계자, 학교 동창생 등 지인 약 1000명이 모였다. 1시간 전부터 참석자들이 몰려들었다.
모임은 안자키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다. 신문광고의 문구, 날짜, 형식도 직접 정했다. 식장은 지인들과 추억이 담긴 사진으로 꾸며졌다. 중앙 스크린엔 안자키 전 사장이 중국 TV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영상,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마이크 피아자 선수와 기자회견을 했던 영상 등 현역 시절 활약상이 흘렀다. 그의 출신지인 도쿠시마현(徳島県)의 전통춤 공연도 펼쳐졌다.
안자키 전 사장은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감사 편지’를 통해 “반년 전까지만해도 건강한 생활을 즐겨온 제가 예기치 못한 암 진단을 받았다. 남은 수명은 오직 신만이 알겠지만, 아직 건강할 때 여러분에게 감사의 기분을 전하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휠체어를 탄 안자키 전 사장이 테이블을 돌며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하며 악수를 나눴다(위 삽화). 그의 대학 후배라는 한 남성은 “자신의 인생을 인간관계를 통해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안자키 전 사장은 올해 여든살. 히토츠바시 대학 졸업 후 1961년 코마츠에 입사해, 국제부문을 주로 담당해왔다. 1995년 사장에 취임한 뒤 회장을 거쳐 2005년 현역에서 물러났다.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장례식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슈카츠(終活·죽음을 준비하는 활동)'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삶을) 마감하듯 하는 게 싫어서 다같이 즐거울 수 있는 모임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와줘서 솔직히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죽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인생을 충분히 즐겨왔고, 수명에도 한계가 있다.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는 것은 내 취향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문광고에서 밝힌 ‘삶의 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건강하게 걸을 수 있으면 되는건지, 암이 나으면 되는건지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마음, 능력, 신체(心·技·體)’의 정신으로 내 나름의 목표를 갖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안자키 전 사장의 ‘생전 장례식’은 일본 사회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전에도 유명인이 ‘생전 장례식’을 치른 사례는 있었지만, 주로 연예인들이 이벤트 형식으로 여는 경우였다. 그러나 이번에 그의 사례를 통해 ‘슈카츠’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생전 장례식'에 온 참석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코마츠의 전 사원이라 밝힌 한 남성은 “정말 즐거운 모임이었다. 나도 병이 있는데, 스스로 삶의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정말 깔끔한 삶의 방식으로 안자키 답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그의 결단을 높이 사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인생의 끝이라기보다 능동적인 인생의 마침표다. 조금이라도 교본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슈카츠' 전문가인 다이이치 생명 경제연구소 고타니 미도리(小谷みどり) 연구원은 마이니치신문에 “생전 장례식은 향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일반인들 사이에선 생전 장례식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는 “자녀가 장애인이어서 ‘내가 죽은 후에도 아이를 잘 부탁한다’거나, 독신의 경우 장례식을 하지 않고 친구들을 불러 감사의 모임을 여는 케이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엔 시기상조인 측면도 있다. 특히 초청받는 쪽에서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다. 고타니 연구원은 “칠순잔치라면 기쁘게 가겠지만, 생전 장례식은 좋아할 수도 없고, 무슨 말을 건내야할 지 난감하다는 반응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일본 건설기계분야 대기업인 코마츠사의 안자키 사토루(安崎暁) 전 사장이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손바닥만한 광고에는 “10월 초 암이 발견돼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안자키 전 사장의 고백이 담겨있었다. 그는 “연명 효과는 조금 있겠지만, 부작용 가능성도 있는 방사선이나 항암제 치료는 받고 싶지 않다”면서 “아직 건강할 때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강조한 것은 “남은 시간 동안 ‘Quality of Life’ (삶의 질)을 우선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암 진단, 신문에 '생전장례식' 안내
지인 1000여명 모여 감사 인사
"다같이 즐거운 모임, 감사 전해 만족"
전문가 "생전 장례식 늘어날 것"
모임은 안자키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다. 신문광고의 문구, 날짜, 형식도 직접 정했다. 식장은 지인들과 추억이 담긴 사진으로 꾸며졌다. 중앙 스크린엔 안자키 전 사장이 중국 TV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영상,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마이크 피아자 선수와 기자회견을 했던 영상 등 현역 시절 활약상이 흘렀다. 그의 출신지인 도쿠시마현(徳島県)의 전통춤 공연도 펼쳐졌다.
안자키 전 사장은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감사 편지’를 통해 “반년 전까지만해도 건강한 생활을 즐겨온 제가 예기치 못한 암 진단을 받았다. 남은 수명은 오직 신만이 알겠지만, 아직 건강할 때 여러분에게 감사의 기분을 전하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휠체어를 탄 안자키 전 사장이 테이블을 돌며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하며 악수를 나눴다(위 삽화). 그의 대학 후배라는 한 남성은 “자신의 인생을 인간관계를 통해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슈카츠(終活·죽음을 준비하는 활동)'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삶을) 마감하듯 하는 게 싫어서 다같이 즐거울 수 있는 모임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와줘서 솔직히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죽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인생을 충분히 즐겨왔고, 수명에도 한계가 있다.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는 것은 내 취향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문광고에서 밝힌 ‘삶의 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건강하게 걸을 수 있으면 되는건지, 암이 나으면 되는건지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마음, 능력, 신체(心·技·體)’의 정신으로 내 나름의 목표를 갖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안자키 전 사장의 ‘생전 장례식’은 일본 사회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전에도 유명인이 ‘생전 장례식’을 치른 사례는 있었지만, 주로 연예인들이 이벤트 형식으로 여는 경우였다. 그러나 이번에 그의 사례를 통해 ‘슈카츠’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로 확대되고 있다.
코마츠의 전 사원이라 밝힌 한 남성은 “정말 즐거운 모임이었다. 나도 병이 있는데, 스스로 삶의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정말 깔끔한 삶의 방식으로 안자키 답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그의 결단을 높이 사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인생의 끝이라기보다 능동적인 인생의 마침표다. 조금이라도 교본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슈카츠' 전문가인 다이이치 생명 경제연구소 고타니 미도리(小谷みどり) 연구원은 마이니치신문에 “생전 장례식은 향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일반인들 사이에선 생전 장례식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는 “자녀가 장애인이어서 ‘내가 죽은 후에도 아이를 잘 부탁한다’거나, 독신의 경우 장례식을 하지 않고 친구들을 불러 감사의 모임을 여는 케이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엔 시기상조인 측면도 있다. 특히 초청받는 쪽에서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다. 고타니 연구원은 “칠순잔치라면 기쁘게 가겠지만, 생전 장례식은 좋아할 수도 없고, 무슨 말을 건내야할 지 난감하다는 반응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연애,사랑,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의 대북 최후통첩, 다음은 해상차단과 선제공격 (0) | 2017.12.15 |
---|---|
'통 큰' 조지 클로니,친구 14명에 11억씩 현금 선물한 사연 (0) | 2017.12.15 |
예전의 유명한 여배우 사진과 음악 (0) | 2017.11.28 |
"일곱살 석해균,한살 귀순병...이런 생존자 계속 나와야" (0) | 2017.11.25 |
[스크랩] Gleb Goloubetski (1975- ) / 그대를 사랑했습니다 (0) | 2017.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