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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체중.복부비만 노인,정상 체중보다 사망률 6%낮아


과체중·복부비만 노인, 정상 체중보다 사망률 6% 낮아

       

 
한모(71·여·서울 영등포구)씨는 키 1m55㎝, 몸무게 57㎏, 허리둘레는 87㎝다. 체질량지수(BMI·키의 제곱으로 몸무게를 나눈 값)가 23.7로 과체중(23~24.9)에 해당한다. 허리도 정상 범위(85㎝ 이하)를 벗어나 복부비만이다. 한씨는 주변에서 살찌면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게다가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지 않았다.
 

주상연 교수팀 해외 논문 20편 분석
과체중·복부비만일 때 사망률
정상·저체중 노인보다 6% 낮아
“해조류·통곡물·과일 챙겨 먹고
혈당 관리 등 잘하는 게 중요”

한씨는 반 년 전부터 하루에 두 끼만 먹었다. 덕분에 살은 빠졌지만 늘 허기지고 기력이 달린다. 길에서 어지러워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 감기도 예전보다 오래갔다. 동네 병원 의사가 “밥을 제대로 잘 안 먹어 면역력이 떨어졌다”며 “하루 세끼 고기·채소를 골고루 챙겨 먹어라”고 처방했다. 한씨는 몸무게가 늘고 허리가 굵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씨는 이런 걱정을 계속해야 할까. 그럴 필요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만인 60세 이상 고령자가 정상 체중이거나 저체중인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낮아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복부비만인 사람이 그런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여의도성모병원 주상연(가정의학과), 고려대 이준영(의학통계학과) 교수팀은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고령층의 대사증후군과 사망률의 상관관계’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미국·프랑스·핀란드·노르웨이·이란·대만 등 11개국의 연구 논문 20편을 분석했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사망 원인과 사망률을 연구한 것들이다. 연구팀은 대사증후군 사망률 관련 논문 6편을 집중 분석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사망률을 1로 봤을 때 복부비만이거나 과체중·비만인 고령자의 사망률은 0.94였다. 주 교수는 “60세 이상 고령자는 과체중·비만일 때 사망률이 과체중이 아닌 사람(정상 또는 저체중)보다 6% 낮다는 뜻”이라며 “이 정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부비만은 허리 둘레가 남자 90㎝, 여자 85㎝ 이상을, 비만은 체질량지수 25 이상을 말한다.  
     
대사증후군이 있든 없든 복부비만이나 과체중인 사람의 사망률이 6% 낮았다. 주상연 교수는 “젊은 사람이 비만이면 심혈관·뇌혈관 질환이 이른 나이에 발병해 사망 위험이 높다”며 “하지만 고령자는 다르다. 고령자 허리의 굵은 살은 지방일 수도 있지만 근육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지방이든 근육이든 뭐든지 줄어들면 노쇠의 원인이 된다. 감염병 같은 질병에 대항하려면 노인은 살이 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면역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대사증후군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사증후군의 다섯 가지 증상(허리둘레, 혈액 내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혈압, 공복혈당) 중에서 허리둘레를 제외한 네 가지 지표가 기준을 벗어나면 사망률이 10~20% 높다. 복부비만 외 네 가지는 신경을 써서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60세 이상에서는 대사증후군을 관리하기 위해 체중을 줄이려 들지 말고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을 높여 주는 해조류·통곡물·과일 등을 챙겨 먹고, 혈당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국제학술지 ‘MEDICINE’ 11월호에 실렸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