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경 칼럼] 버릇없는 요즘 젊은이가 정권 운명 쥐고 있다
남북한 단일팀 반대한 2030세대
국가보다 개인 행복 중시 선언
에코붐 세대 등장 … 청년실업 최악
문 정부는 무한대 경청 시작해야
2030세대는 단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고 결정된 남북 단일팀 때문에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피해를 보게 되자 정부의 불통과 불공정에 분노했다. “고생한 김연아의 공을 현송월이 가로챘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이들이 “국가를 위해 나의 행복을 유보할 수 없다”는 입장에 선 것은 단군 이래 최초의 전환기적 사건이다. 이제 국가보다 개인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열렸다.
사실 ‘잘살아 보세’라며 앞만 보고 달려온 산업화 시대와 ‘민주주의 만세’라는 깃발 아래 사적인 욕망을 억제해온 민주화 시대가 교차하면서 ‘개인’이 숨쉴 공간은 쉽게 허용되지 않았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500년 조선왕조가 끝나면서 근대적 자아에 개안(開眼)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좌절했다. 일본이 물러난 뒤에는 타의에 의한 분단과 전쟁을 겪었다. 너나없이 전체를 위한 도구가 됐다. 존재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확보할 여유도, 위엄 있는 단독자로 거듭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어디에도 내가 없고, 나로 살아가지 못하니, 타자와 성숙한 관계를 맺기도 어려웠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두고도 13년째 OECD 국가자살률 1위의 불행에 시달리게 된 비극적 경로다.
이렇게 지옥 같은 상태를 2030세대가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온전히 나의 느낌으로, 나의 행복을 위해 매 순간을 살겠다는 엄숙한 인간 회복 선언이다. 산업화·민주화의 산고(産苦)에 지친 기성세대가 꿈꿀 수 없었던 반란이다. 이들은 과거의 틀로는 정체를 파악할 수도, 규정할 수도 없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불공정과 불평등에 분노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의 대의가 아닌 개인의 행복을 선택했다. 전체의 일원으로 살아온 부모 세대의 눈으로는 이율배반이다. 하지만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살겠다는데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문제적 존재가 된 2030세대는 이 정권의 운명이 될 것이다. 건성으로 대하면 한순간에 돌아선다. 이들에게 암호화폐, 단일팀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일자리다. 청년 실업률은 9.9%지만 체감 실업률은 22.7%다.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
게다가 베이비부머의 자식인 에코붐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사회로 진출하는 25~29세 인구는 363만 명으로 2016년 325만 명보다 38만 명이 급증한다. 치솟는 청년실업 때문에 정권이 휘청거릴 수 있다. 지지율이 처음으로 60% 이하로 떨어지던 25일 문 대통령이 청년일자리점검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장관들을 질책한 건 예사로운 장면이 아니다.
화난 2030세대를 달래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고용친화적이지 않다. 빠른 속도로 올린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중소·영세업체와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이고 있다. 근로자 한 사람당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해 주겠다는데 사업자들은 고용보험 가입 부담 때문에 신청을 꺼리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기업의 고용 의욕을 꺾고 있다. 기업이 살아나야 고용을 늘리는데 규제개혁은 겉돌고 노동시장 유연화에는 아무도 총대를 메지 않는다. 쏟아낸 정책이 의도와는 반대로 고용을 위축시키고 있다.
2030세대의 마음을 사려면 치밀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적당히 시늉만 내는 퍼포먼스만 있을 뿐 소통도 설득도 없고, 일자리도 주지 않는 무능한 정부라면 미련 없이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암호화폐와 단일팀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집단’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민주 정부답게 우주보다 소중한 ‘개인’의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무한대의 경청을 시작할 것을 기대한다.
이하경 주필
[출처: 중앙일보] [이하경 칼럼] 버릇없는 요즘 젊은이가 정권 운명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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