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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김어준이 키운 '댓글 여론 조작', 민주당 발등 찍었다?


김어준이 키운 '댓글 여론 조작', 민주당 발등 찍었다?

      입력 : 2018.04.13 17:53 | 수정 : 2018.04.13 18:01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2월 1일 방송분 화면 캡처.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을 올린 뒤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네티즌 3명이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13일 밝혀졌다. 당초 이 사건은 현 여권에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찰 수사로 이어진 것이었다. 온라인에서 의혹이 불거지자 민주당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여권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도 방송을 통해 댓글 여론 조작 의혹을 다루며 논란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댓글 여론을 조작한 네티즌이 보수 성향이 아닌 민주당원으로 밝혀지자 야권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상황이 됐다. 아직 이들의 정치적 배후 여부 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했던 민주당과 김어준씨가 결과적으로 ‘자승자박’한 셈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1월 17일 올라온 동영상이 논란의 시작…靑 국민청원으로 이슈화

이 사건은 지난 1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면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청원인은 “네이버 댓글 중 상당수가 조작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정황이 너무나 많이 발견된다”며 “매크로(한꺼번에 여러 댓글이나 추천 등을 자동적으로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 등으로 추정되는 비정상적인 댓글과 이를 추천하는 현상, 네이버의 도움이 있다고 의심되는 현상이 많다”고 했다. 그는 전날 유튜브에 올라온 ‘네이버 추천 올라가는 속도..’라는 동영상을 근거로 삼았다.

이 영상에는 한 언론사가 작성한 '평창올림픽, 남북 한반도기 앞세워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관련 기사에 달린 비판 댓글('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의 추천 수가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을 보면 댓글 추천 수는 2분30여초 만에 1762개에서 2516개로 750개가량 증가한다.
이 청원에는 21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동의했다. 이 청원에 서명한 네티즌 상당수는 현 정부의 지지층으로 추정됐다. 가상 화폐 대책과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부정적인 댓글이 급속히 늘어나자 ‘댓글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당시는 민주당이 "네이버의 댓글이 인신공격과 욕설, 비하와 혐오의 난장판이 돼 버렸다"며 네이버를 타깃으로 삼은 상황이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월 17일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농락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를 묵인, 방조하는 네이버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네이버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인 1월 19일 “진상을 밝혀 달라”며 경기 분당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당·김어준, “중대한 범죄”라며 본격 이슈화

여권은 이렇게 불거진 네이버 댓글 여론 조작 의혹을 본격적으로 이슈화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1월 31일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가 사용된 의심 정황이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민주당은 "네이버에 기사 게재 즉시 일사불란하게 악성 댓글을 등록해 조작하는 방식이 국정원 댓글 부대와 매우 흡사하다"면서 "불법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하거나 조직적으로 타인의 계정을 사용하고 경비를 지급해 댓글 조작으로 여론 형성에 영향을 줬다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도 공중파 방송을 통해 논란에 가세했다. 김씨는 2월 1일 SBS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3화 ‘이슈 브리핑’ 코너에서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을 8분가량 다뤘다.

방송은 우선 네이버 댓글 공감 수가 순식간에 증가하는 영상과 네이버가 뉴스서비스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는 기사 등이 나오는 영상을 보여줬다.

김씨는 “초기 댓글 조작은 사람이 했다. 최근에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한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댓글부대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황을 최근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바로 저”라고 밝혔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2월 1일 방송분 화면 캡처.
김씨는 “(댓글 여론 조작은) 내 생각은 이게 아닌데 이렇게 생각해야 하나보다 그걸 노리는 것”이라며 “그걸 노리는 거라면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게 정치적 목적을 가지거나 돈이 개입되거나 조직이 동원돼 뒤에서 누군가가 시켜서, 혹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을 동원해서라도 이런 일을 한다면 반드시 엄벌에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곤혹스런 與…野 “여당 고발이 자기 당원 구속 계기” 공세

하지만 댓글 여론 조작을 한 네티즌이 민주당원이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여권은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됐다. 반면 야권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민주당 당원의 경악스러운 댓글 공작에 대해 민주당은 배후가 누구인지 국민에게 직접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지난 1월 민주당 측에서 댓글조작 의혹을 경찰에 고발한 것이 자기 당원을 구속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추미애 대표는 악성 댓글은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했는데 결국 그들 논리에 따르면 범죄자 집단은 민주당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른미래당 김정화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남이 하면 댓글 부대, 댓글조작이라 칭하던 민주당은 민주당 당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무엇으로 명명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점에서 '당원 댓글조작' 사건과 '국정원 댓글 사건'은 다르지 않다"면서 "부디 전 정권의 못된 것만 따라 배우는 정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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