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드뉴스 보기
[오늘과 내일/이명건]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
‘휘유∼.’
청와대 관계자는 대답 대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김경수 의원이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얽혔는데 청와대는 괜찮겠느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그랬다. 사건 주범 드루킹(온라인 닉네임)의 주오사카 총영사 후보 추천이 김 의원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된 사실이 공개되기도 전이었다.
뜸을 들이던 그는 “김경수와 김기식은 차원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낙마 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경질론이 비등한 때였지만 그 문제는 김 의원 때문에 청와대가 입을 타격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도운 뒤 청와대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거쳐 비서실장이 됐고, 김 의원은 행정관을 지내다 비서관으로 승진했다. 김 의원은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각각 문재인 후보 수행팀장과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드루킹이 김 의원을 처음 찾아간 건 대선을 1년여 앞둔 2016년 중반.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돕는 온라인 댓글 활동을 했다. 또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으로 김 의원에게 알렸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 김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거부하자 드루킹은 청와대와 여당 비판 댓글 순위를 불법적으로 끌어올렸다.
“선거 치르고 나면 몇 년 동안 빚쟁이가 된다.”
이명건 사회부장
김 의원의 친문(친문재인) 진영 선배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이미 2002년 대선 당시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일 때 민정수석을 했다.문 대통령은 직접 쓴 책 ‘운명’에서 이 전 수석의 ‘선거 빚쟁이론’을 거론하며 “(2002년 대선 승리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뭘 어떻게 도왔는지 알 수 없는 분들이 오히려 공치사를 하며 만나자고 했다. 감사 인사를 적절하게, 그러면서 분별 있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피곤한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갚지 않는 빚은 공짜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발목을 처음 붙잡은 것은 피감기관 돈으로 간 공짜 외유였다. 그가 국회의원 자격으로 받은 후원금을 자신이 소속된 연구단체에 ‘셀프 후원’한 것은 공짜 수입이었다. 불법이 된 공짜는 그를 사퇴로 내몰았다. 또 드루킹의 공짜 댓글 활동은 김 의원을 코너로 몰았다. 그 여파는 청와대를 흔들고 있다.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 그걸 너무 잘 아는 다른 드루킹들은 앞으로도 여권 핵심 인사들을 계속 압박할 것이다.
이명건 사회부장 gun43@donga.com
'정치,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후 진짜 까 줄까"협박 뒤 하나씩 까지는 드루킹 영상 (0) | 2018.04.18 |
---|---|
블로그 열고 김정숙 동영상 공개...드루킹의 반격? (0) | 2018.04.18 |
대한항공 前 기장들 "대통령 전용기도 이리 안 할 것 .공산국가 수준" 폭로 (0) | 2018.04.17 |
댓글 조작 '드루킹' 인사추천 받아 靑 전달한 대통령 측근 (0) | 2018.04.17 |
사드기지 장비 반출도 반대하는 시민단체...꼼짝 못하는 국방부 (0) | 2018.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