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盡’ 하나로 살아온 사내… 이순신의 처절한 기록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입력 2018-04-28 03:00수정 2018-04-28 03:59
트랜드뉴스 보기
◇난중일기/이순신 지음·박종평 옮김/1232쪽·6만5000원·글항아리
충무공 이순신의 영정. 동아일보DB
우리 역사에서 사랑과 존경과 숭배를 한 몸에 담은 사람은 이순신 장군(1545∼1598)뿐이다. 영국인이 허레이쇼 넬슨을, 미국인이 체스터 니미츠를, 일본인이 도고 헤이하치로를 아무리 높이 올려도 이순신에게 비길 수 없다. 가난한 우리 역사에 이순신이 있어 우리는 그렇게 충만하다.
이순신의 초서체 친필 일기는 전쟁 중에 거의 매일 썼던 처절한 기록물이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예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순신의 정신을 배우거나 삶을 따르려 하지도 않는다. 난중일기 친필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일본 총독부 조선사편수회가 난중일기를 정밀하게 해독한 것을 알고 있는가. 식민 지배를 굳히려는 의도였다. 당시 한문학자들을 동원해 정조 때 판독해 발간한 ‘충무공전서’의 오류를 상당 부분 바로잡았다. 광복 후 한글로 번역된 난중일기들은 모두 ‘충무공전서’나 ‘조선사편수회본’을 참고했다.
1968년 나온 이은상의 번역본을 모태로 50년간 많은 ‘난중일기’가 출간됐다. 그럼에도 친필 초서체 난중일기 원문을 정확히 탈초(脫草·초서를 정자로 바꾸는 것)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초서체 판독은 그만큼 어렵다. 서울대의 고 박혜일 교수팀이 오류를 바로잡는 데 큰 업적을 세웠다.
이순신 전문가 박종평 선생이 박 교수팀이 이룬 성과에 추가로 발견된 오류들을 정정해 이 책을 내놓았다. 난중일기를 포함해 이순신 보고서(임진장초), 편지, 전기를 실어 이순신 자료를 집대성했다. 친필로 쓴 난중일기와 임진장초, 서한집은 국보 76호다.
이순신의 생애를 한 글자로 표현하면, 오직 ‘진(盡)’이다. 온 정성, 온 마음, 온몸을 다했다. 이 책을 새롭게 펴낸 이가 친필을 집대성하는 데 쏟은 많은 시간과 정성 역시 ‘진(盡)’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놀랍고 감탄스럽다.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이 순국한 지 420년. 임진왜란 300년 후 이순신이 맞섰던 왜에 나라를 빼앗겼다. 일제 지배 때문에 분단과 6·25전쟁을 겪었고 지금까지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이순신 이야기를 귀 너머로 듣고 난중일기를 몇 줄 읽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이순신을 알 수 없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마음의 양식이 되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주들 키우는데 참고하십시요[펌] (0) | 2018.05.01 |
---|---|
가장 지혜롭고 행복한 사람[펌] (0) | 2018.04.30 |
[성경속의 이야기/기민석] 각자 단점이 있는 예언자들-있는 그대로 하나님 쓰임을 받았다 (0) | 2018.04.21 |
십자가의 무게[펌] (0) | 2018.04.11 |
축구선수 호날두 이야기[펌] (0) | 2018.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