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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트럼프 "전략전술에...언제든 대화" 꼬리 내린 北

       


트럼프 “우리 핵 능력 막대하고 강력… 사용되지 않길 기도”

한상준 기자 입력 2018-05-25 03:00수정 2018-05-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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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과 6월 정상회담 취소]편지에서 드러난 회담취소 배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형식을 통해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겠다고 밝힌 것은 최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보인 태도에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에게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본인이 일괄타결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단계에 대해서는 보상할 수 있다고 밝혔고 ‘선 조치,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트럼프 최측근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이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까지 겨냥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도 불구하고 일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새해부터 시작된 비핵화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도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향해 “당신의 마음이 바뀐다면 나에게 전화나 편지 쓰는 것을 망설이지 말라”며 예정된 다음 달 12일이 아니더라도 북-미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여지는 열어뒀다.


○ 트럼프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에 기초한 성명”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을 수신인으로 명기한 공개편지에서 북한의 강경한 담화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엄청난 분노와 공공연한 적대감(open hostility)에 기초한 당신의 성명에 따라 나는 지금 시점에 오랫동안 계획했던 회담을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볼턴 보좌관에 대해 “볼턴은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날에는 대미라인 핵심인 최 부상 명의의 담화로 백악관 2인자인 펜스 부통령을 정조준했다. 북한은 펜스 부통령을 향해 “주제넘게 놀아대고 있다”, “아둔한 얼뜨기” 등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며 최근에 보기 어려운 도발적 언사를 이어갔다. 

북-미 회담을 갖기로 한 뒤 백악관은 평양을 향해 “체제 보장을 할 수 있다”, “한국 수준의 번영” 등의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지만 북한이 오히려 더 강경하게 나왔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화를 갖는다 해도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22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됐다. 당시 그는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안 할 것이다. 6월 정상회담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더 강경하게 나오자 결국 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를 뽑아든 것으로 보인다.

○ “만나길 기대한다”며 여지 열어둔 트럼프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다음 달 12일이 아닌 다른 때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나는 당신을 만나길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억류 미국인 송환에 대해서도 “당신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비록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지만 지난해와 같은 최고조의 긴장단계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평화와 번영, 부를 위한 큰 기회를 잃어버렸다”며 다시 한번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빌미로 섣부른 도발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향해 “핵 능력을 언급했지만 우리(미국)의 것은 이를 사용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할 정도로 더욱 강력하고 대규모”라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 후 봄이 올 것 같던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회담 한 달 후 다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