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찬밥인 중장년층···日기업들 "우리에게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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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평 기자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서 열리는 중장년 채용 행사에 처음으로 직접 참가를 결정했다. 주로 한국 청년층을 채용하던 일본 기업이 이제는 연령대를 넓혀 은퇴 세대에게도 손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선 재취업 자리를 찾지 못해 뒷전으로 물러난 세대가 경제 호황으로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에는 일본의 6개 기업이 참가한다. 올해로 8회를 맞는 이 행사에 해외 업체가 직접 부스를 꾸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일본 기업의 인력 수요를 본격적으로 겨냥하자는 판단에 일본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며 “도쿄지부를 통해 1~2개 기업 정도를 섭외하는 게 목표였는데 예상보다 많은 일본 기업이 참가 의사를 보였다”고 말했다.
기존의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는 국내 수출 중소기업이 해외 판로를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지난해에는 국내의 50개 기업이 참가해 해외 법인장, 마케팅, 수출입 관리 등 직무에서 모두 170여 명을 채용했다. 무역협회는 이번 행사에서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이런 수요에 더해 일본 현지 기업 한 곳당 4명, 최대 25명의 추가 채용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는 현지에서 청년 구직자보다 중장년 구직자를 구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어와 정보기술(IT)에 익숙하면서도 관리직을 맡을 수 있는 중장년 인력난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참가 기업들은 ‘수출 한국’을 주도했던 해외 영업 경험이 있는 국내 대기업 출신 50~60대 퇴직자에게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철 무역협회 현장지원실 차장은 “이번 행사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관리직을 비롯해 영업·IT 분야에 공고를 낸 점도 비슷한 맥락”이라며 “영어는 물론 컴퓨터에 능숙한 이들 퇴직 인력은 일본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나승도 월드트레이딩 대표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어 현지 채용을 원칙으로 관리직 등 경험 있는 중장년 직원 모집에 나섰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한국에서 열리는 취업 행사가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중장년층 구인난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의 65세 이상 실업률은 2015년 2.0%에서 지난해 1.8%로 떨어졌다. 55~64세 실업률도 같은 기간 3.1%에서 2.7%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일본의 전체 실업률은 2.8%였고, 25~34세 일본 실업률은 그보다 높은 3.7%였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정년제를 없애면서 중장년 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7년 조사 결과, 정년제 폐지 및 65세 이상 정년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 15만6113개 중 3만656개(1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2115개 기업이 더 늘어난 수치다. 이세경 KOTRA 일본 도쿄무역관 과장은 “65세 이상 실업률이 1.8%라는 건 완전고용 상태 이상이라는 의미”라며 “중장년 인력을 선점하기 위한 일본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인력난이 장기 국면에 들어가고 국내에선 60세 이상 실업률이 꾸준히 높아지는 만큼 중장년층 이상을 아우르는 현지 취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의 해외취업 지원 정책은 대부분 청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중장년층 이상을 위한 체계적인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해외취업 지원 정책인 ‘K무브’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 구직자가 전체 국가 5118명 중 가장 많은 1427명(27.8%)에 달했지만 34세 이하라는 연령 제한 때문에 경력 구직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일본은 이미 한국인 숙련 인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 내 국적별 전문기술직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44.2%로 미국(61.7%), 영국(59.3%)에 이어 3위를 기록했고, IT직 비율은 13.8%로 1위에 올랐다. 이번에 중장년 채용 박람회에 참가하는 일본 기업 관계자는 “한국 내 경력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라며 “인력 수급을 위한 양국 간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IT·외국어 익숙한 관리 인력 부족
20일 코엑스 채용 박람회 6곳 참가
정년 없애며 5060세대 선점 경쟁
해외취업 지원 정책, 청년에만 초점
국내 숙련 인력 배려하는 정책 필요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는 현지에서 청년 구직자보다 중장년 구직자를 구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어와 정보기술(IT)에 익숙하면서도 관리직을 맡을 수 있는 중장년 인력난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참가 기업들은 ‘수출 한국’을 주도했던 해외 영업 경험이 있는 국내 대기업 출신 50~60대 퇴직자에게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철 무역협회 현장지원실 차장은 “이번 행사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관리직을 비롯해 영업·IT 분야에 공고를 낸 점도 비슷한 맥락”이라며 “영어는 물론 컴퓨터에 능숙한 이들 퇴직 인력은 일본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나승도 월드트레이딩 대표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어 현지 채용을 원칙으로 관리직 등 경험 있는 중장년 직원 모집에 나섰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한국에서 열리는 취업 행사가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중장년층 구인난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의 65세 이상 실업률은 2015년 2.0%에서 지난해 1.8%로 떨어졌다. 55~64세 실업률도 같은 기간 3.1%에서 2.7%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일본의 전체 실업률은 2.8%였고, 25~34세 일본 실업률은 그보다 높은 3.7%였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정년제를 없애면서 중장년 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7년 조사 결과, 정년제 폐지 및 65세 이상 정년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 15만6113개 중 3만656개(1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2115개 기업이 더 늘어난 수치다. 이세경 KOTRA 일본 도쿄무역관 과장은 “65세 이상 실업률이 1.8%라는 건 완전고용 상태 이상이라는 의미”라며 “중장년 인력을 선점하기 위한 일본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인력난이 장기 국면에 들어가고 국내에선 60세 이상 실업률이 꾸준히 높아지는 만큼 중장년층 이상을 아우르는 현지 취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의 해외취업 지원 정책은 대부분 청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중장년층 이상을 위한 체계적인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해외취업 지원 정책인 ‘K무브’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 구직자가 전체 국가 5118명 중 가장 많은 1427명(27.8%)에 달했지만 34세 이하라는 연령 제한 때문에 경력 구직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일본은 이미 한국인 숙련 인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 내 국적별 전문기술직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44.2%로 미국(61.7%), 영국(59.3%)에 이어 3위를 기록했고, IT직 비율은 13.8%로 1위에 올랐다. 이번에 중장년 채용 박람회에 참가하는 일본 기업 관계자는 “한국 내 경력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라며 “인력 수급을 위한 양국 간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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