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호기자
입력 : 2018.06.21 03:07
한수원 조기 폐쇄에 홀로 반대표 던진 사외이사 조성진 교수
"北에 전기 보내야 할 때 대비해 폐쇄 말자고 해도 안 통했다"
"7000억원을 들여서 새것처럼 만들어 놓은 걸 왜 버리려 하나. 새로 만들려면 3조가 든다. 국민 재산이다. 그래서 반대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5일 기습 이사회를 열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할 때 참석 이사 12명 중 혼자 반대표를 던진 조성진(61) 경성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20일 인터뷰에서 "조기 폐쇄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북한에 전기를 보내줘야 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조기 폐쇄하지 말고 잘 관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한수원은 7000억원을 들여 월성 1호기 운영 종료 시점을 2012년에서 2022년으로 연장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작년 5월부터 가동을 중단했고 내후년 상반기 폐쇄된다.
조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었던 일본과 탈원전을 선언했던 대만도 원전 재가동으로 돌아서고 있는데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며 "전력 부족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수원은 월성 1호기가 수명이 연장된 2022년까지 안전할 것으로 판단하면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쇄를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비를 이유로 작년 5월 28일부터 지금까지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이용률은 40.6%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3년 이용률은 57.5%이다. 1983년 4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평균 이용률은 78.3%에 달한다. 한수원이 손익분기점이라고 제시한 54.4%를 훌쩍 넘는다.
조 교수는 이날 한수원에 사외이사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기는 2016년 9월부터 올 9월까지였다. 그는 "선생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따라야 마땅한데 내 힘으로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할 수 없어 그만둔다"고 말했다.
"월성 1호기를 세워놓고 경제성이 없다는데, 택시 회사가 택시 운행하지 말라고 해놓고 운행 실적이 나쁘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근거로 든 이용률 저조에 대해 조성진〈사진〉 경성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수원이 앞뒤가 안 맞는 근거로 조기 폐쇄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원자핵물리 전공인 조 교수는 유기물 태양광 소자, 태양전지,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에 대한 과학인용색인(SCI)급 논문과 연구 보고서, 특허도 100여건 발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수원은 경제성이 없어 조기 폐쇄한다고 했다.
"정비가 장기화되면 이용률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이사회에선 경제성 분석 보고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A4 용지 반쪽짜리 자료가 다였다. 경제성이 없다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사회가 끝나고 나서 자료를 찾아보니 이용률이 2015년엔 95.8%에 달했다."
―작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반대 때 "연구와 교육에서 얻은 경험에 의해 현재 논의되는 탈원전 정책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 생각엔 변함이 없나.
"그렇다. 우리나라 환경에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보조 전력이지 절대로 기저 전력이 될 수 없다. 황폐한 땅이 많고 일조량이 풍부한 인도·아프리카·스페인 같은 곳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추진하니까 무리수를 많이 두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태양광·풍력 조건이 나쁘지 않아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옥상이나 수상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는 건데 태풍 불면 어떻게 될지 끔찍하다. 옥상에 태양광 설치할 때 풍력이나 풍향 등 다 면밀히 계산해 할 것인가. 그 패널들이 태풍에 날아다니면 어떻게 할 것인가. 수상 태양광은 햇빛이 물에 안 들어가면 수중 생태계는 어떻게 되겠나. 왜 환경 운동 한다는 분들은 그런 지적을 하지 않나. 발전량이 적은 발전소가 많아지면 도심에 수많은 변전소가 필요하다. 당신 집 뒤에 변전소가 들어서면 반기겠는가. 주민 갈등도 심각하다."
―풍력은 무슨 문제가 있나.
"우리나라는 풍력발전 조건이 썩 좋지 않다. 적은 바람에도 질 좋은 전력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야 하는데, 갑자기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못한다. 풍력발전소 설치한다고 도로 깔고, 산 다 깎아내는데 그 환경 파괴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정부는 석탄발전과 원전은 줄이는 대신 LNG 발전은 늘리겠다고 한다.
"앞으로 북한에 전력을 지원하게 되면 전기가 모자라는 상황이 올 수 있다. LNG 발전량을 더 늘려야 한다. LNG 발전에선 먼지는 안 나오나. 초미세 먼지(입자 굵기가 2.5㎛ 이하)보다 더 작은 극미세 먼지(0.1㎛ 이하)가 많이 배출된다. 내 상식으로는 극미세 먼지가 더 나쁠 것 같다."
―정부는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는데.
"후쿠시마 사고를 겪었던 일본도 원전을 돌리고 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대만도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우리만 역행하고 있다. 유럽이나 선진국 전력 소비 감소는 인구 감소와 공장 해외 이전에 따른 것이다."
―신규 원전 4기 백지화는 찬성했는데.
"일부 땅은 매입하고, (원전) 개발 예정 구역으로 지정 고시만 됐다. 지정 고시가 되면 주민의 재산권 행사가 어렵기 때문에 찬성했다. 그런데 이사회에서는 신규 원전 4기 백지화에 찬성했더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까지) 다 찬성한 것처럼 쓱 지나가려고 하더라."
―에너지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전력 부족 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원전은 위험성이 있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제일 안전하다. 그러나 항구에만 있는 배가 무슨 소용이 있나. 후쿠시마 사고, 경주 지진에 대비해 안전 대책을 최우선으로 마련했다. 위험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분들은 엑스레이 찍으면 큰일 난다. 미래를 보고 유연하게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 '핵공업대학' 세우는 중국, 일자리 걱정하는 한국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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