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산천어 축제 물 속은 아비규환"...동물축제 '민낯' 이럴수가?

       

“산천어 축제 물 속은 아비규환”…동물축제 ‘민낯’ 이럴수가?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8-06-27 10:53수정 2018-06-27 17:57 
트랜드뉴스 보기


동물축제 반대 축제 포스터


동물을 앞세워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이른바 ‘동물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이러한 축제의 대부분이 동물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지적이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동물의 이름을 내걸고 있는 대부분의 축제들이 실은 그 동물들한테 고통을 가하는 시간으로 가고 있다는 게 가장 충격적”이라며 “축제의 약 80%는 동물들을 결국에 잡거나 먹는 걸로 끝난다”며 ‘동물 축제’의 민낯을 공개했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전국의 1214개 축제 중 동물을 활용한 축제는 86개다.

김 사무국장은 “(축제에서)동물을 잡고, 심지어는 맨손으로 막 잡는 등 (동물들에게)고통이 아주 크게 가해되는 행위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렇게 됨으로써 (동물은)전혀 주인공 대우를 못 받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축제 후 동물들의 처리 방식, 동물들의 인지능력 수준 등을 기준으로 전국의 동물 축제를 점수로 매긴 결과 ‘국사골 메뚜기축제’가 100점 만점에 최저점인 10점으로 평가됐다고 밝히며 “여기는 동물을 심지어 다 죽이고, 먹지도 않고 그냥 폐기해 버리는 축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화천 산천어축제’를 언급하며 “이 산천어가 원래 화천에 사는 종이 아니다. 원래는 영동 지방에만 있는 물고기를 가져다가 인공적으로 영서 지방에다 풀어놓은 축제”라며 “축제 며칠 전에 매일 같이 어떤 양을 푼다. 한 50만 마리에 해당하는 산천어를 푸는데 이것들이 전부 다 나중에 죽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해 봐라. 원래는 개울가에서 몇 마리씩 사는 물고기들을 한 군데에 엄청난 밀도로 몰아놓기 때문에 (산천어가 받는)스트레스가 아주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축제장에서도 (산천어들은)낚시 바늘 수만 개가 내려오는 물 안에서 아비규환이 되는 것이다. 낚시가 안 된 애들은 다 그 안에서 죽고, 살아남은 애들은 꺼내서 회를 하거나 어묵으로 만들거나 해서 결국 죽게 된다”며 “전국의 양식장에서 수십만 마리를 들여와서 축제 일주일에서 열흘 이내의 기간에 모두 끝나버리는 굉장히 소모적인 축제라고 할 수 있다”며 산천어축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사무국장은 대하축제, 꽃게축제, 주꾸미축제 등 전국의 어류 축제에 대해 “그런 축제가 심지어 산란기에 벌어지기도 한다”며 “산란기에는 적어도 (축제를)안 해야 나중에 그 어장이 그대로 유지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생태적 고려 없이 단순히 먹어 치우는 것으로만 치부하는 축제가 굉장히 많다”며 “먹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와 먹는것으로만 보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문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함평 나비축제’와 관련해서도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성공한 축제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시면 나비가 전체 행사장에 별로 없다”며 “실제 함평의 생태계에 자생하는 나비를 활용하는 축제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 함평은 다른 고장과 비슷한 정도의 나비밖에 없다. 그래서 인공적으로 부화한 나비들을 푼다. 그럼 나비들은 이 생태계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나비생태관은 한 번 축제가 끝나면 전부 다 폐기가 된다. 그러니까 나비가 알을 낳았건, 번데기를 만들었건 아무 상관없이 그냥 모두 폐기될 뿐”이라며 “매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농업기관에서 계속 공급해주는 나비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나비 축제다”라며 실태를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외에도 동물을 직접 만지는‘페팅 주’(Petting zoo)를 진행하는 동물 축제에 대해서도 “모든 동물들은 만지는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 받는다”며 “만지는 것 자체 때문에 수업이 동물들이 죽어나간다. 수만 명이 방문을 하는데 거기에 10%만 만져도 수천 명이 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철새 관련 동물 축제들을 거론하며 “멀리서 관찰하고 쌍안경으로 보는 게 동물들한테 해가 되겠는가. 이런 부분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무조건적인 동물 축제 중단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소모적인 축제들을 계속하면 그 지방에서도 그것을 계속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이 있다. 지금처럼 어떤 외부적인 공급이나 투입에 의존하는 축제들은 미래를 봤을 때도 계속 유지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국장은 “동물과 사람이 같이 윈윈할 수 있는 것이 축제라는 특별한 날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축제를 기획해 곧 7월 초에 열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