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낯선 곳으로 끌려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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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이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사파 예측 힘 얻고 있는 지금
文 대통령, ‘남로당 금기’ 부수고 통진당 옹호한 김선수 등용 시도
북핵 게임 아직 안 끝났는데… 한국은 어디로 끌려가고 있는가
송평인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찬(自讚)하는 대북 관계의 성과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지난 10여 년 이래 가장 정확한 정세분석가는 주사파였던 이용대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실험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비로소 한반도에 평화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봤다. 민노당 내에서조차 그의 발표를 둘러싸고 격렬한 종북 논란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그의 견해는 놀랍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았다면, 트럼프가 북핵에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면 북-미 관계 개선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문재인 정부에 속속 수용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사고는 실은 이용대의 인식 속에 대부분 들어 있던 것이다. 북핵을 자위(自衛)를 위한 무기로 보기 시작하면 그것으로부터 일련의 연쇄적 결론이 자동적으로 펼쳐진다. 남다른 학식이나 예지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간단한 발상 전환이 필요할 뿐이다.
이 정부가 주사파 정권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주사파의 관점이 강력한 힘을 얻은 새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주사파란 말이 그 말만 붙이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비판의 딱지여서는 안 된다. 주사파의 관점은 북한의 현존하는 정권과 연결된 실효적인 관점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
정부는 올해 제주4·3사건 기념행사를 통해 남조선노동당 빨치산의 봉기보다는 군경의 민간인 학살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남로당이 주도한 대구폭동을 대구인민항쟁으로 평가하는 책을 낸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에게 국가정보원 개조 작업과 개헌 작업을 맡겼다. 그는 해방전후사의 마지막 남은 금기인 남로당과 관련한 금기를 별 설명도 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대통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들과 민변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 형성돼 있는 통진당 해산 반대 커넥션은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보다는 반대한다는 주장만 커 공감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일본처럼 공산당도 허용돼야 한다고 여긴다면 헌법의 위헌 정당 해산 조항 자체를 없애자고 해야 한다. 그러면서 통진당 해산 결정을 비판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논리적이다. 문 대통령은 6·13지방선거 전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에서 수많은 조항을 고치면서도 그 조항은 없애지 않았다.
이 정부는 남북관계가 완전히 돌이킬 수 없이 새 시대로 들어선 것처럼 말하지만 북핵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정은은 대부분의 사람이 기대하는 대로 평화를 얻는 대가로 핵을 포기할 것인가. 주사파라면 아니라고 할 것 같다. 문재인 정부도 트럼프 정부도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 것 같은 눈치다. 그렇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 핵을 가진 김정은과 평화는 가능한가. 정부는 이 질문에 먼저 답하고 국민을 끌고 가더라도 끌고 가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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