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빼고, 물 막고… 코미디같은 세종보
환경부, 녹조 없애겠다며 세종보 완전 개방… 보를 무용지물로
정부청사 앞 인공호수 세종호 말라가자 "임시 보 만들라" 권유
16일 오전 세종보에서 상류 쪽으로 5㎞ 떨어진 세종시 해무리교. 다리 위에서 본 금강은 마치 강물을 둘로 갈라놓은 듯 왼쪽과 오른쪽이 달랐다. 강이 흐르는 방향의 왼쪽은 물이 마르고 녹조가 핀 반면 오른쪽은 상대적으로 수심이 깊고 물이 풍성했다. 오른쪽 강변에서 강 한가운데 하중도(河中島·하천에 있는 섬)까지 약 130m 길이의 돌무더기로 만든 보(洑)가 강 오른쪽으로 흐르는 물을 막아 가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종시는 지난 3월 크고 작은 돌무더기를 철제 망태에 담아, 이름도 없는 이 물막이용 보를 만들었다. 높이 1~3m, 폭 4m가량으로, 4대강 사업으로 들어선 금강 3개 보(백제·공주·세종보)에 비해선 규모가 작은 '간이 보'다. 세종시 관계자는 "국내 가장 큰 인공호수인 '세종호수공원'의 담수량을 유지하기 위해 공사비 약 2억원을 들여 임시로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간이 보'로부터 5㎞ 아래 위치한 세종보는 작년 11월부터 수문을 완전히 개방해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보 개방 전 500m에 달하던 하폭은 50m 수준으로 줄었다. 물을 담으려고 만든 세종보는 완전 개방해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어놓고 다른 한쪽에서는 임시 보를 만들어 물을 끌어다 쓰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포클레인으로 강바닥을 파내거나 고른 뒤 돌무더기를 쌓았다"면서 "(물막이용 보 건설은) 환경부 권유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금강 녹조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유로 세종보 수문을 활짝 연 환경부는 "수문 개방으로 강물 수량이 줄어드니 대책을 세우라"고 세종시에 여러 차례 통보했다고 한다. 물막이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올 2월엔 안병옥 환경부 차관이 수문 개방에 따른 대책 추진 현황을 파악하러 공사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공사비 2177억원을 들여 2012년 완공한 세종보를 녹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유로 수문을 개방해 사실상 보 기능을 상실시킨 환경부가 정부세종청사 바로 앞 세종호수의 수량 부족을 이유로 금강 상류에 또 다른 보 건설을 권유한 것이다.
문제는 작년 11월 이후 10개월째 수문을 열었지만 세종보의 녹조 현상은 오히려 심해졌다는 점이다. 환경부 수질 측정망에 따르면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성 물질을 내뿜는 남조류 개체 수는 지난 6일 현재 1만7185마리로 작년 8월(6360마리)과 2016년 8월(3040마리) 최대 측정치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소(湖沼) 수질 지표 가운데 하나인 엽록소a(엽록소를 구성하는 주된 색소로, 녹조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 농도 역시 최근 세 차례 측정(7월30일, 8월 1·6일) 결과 물 1㎥당 89.5~129.7㎎로, 수질 최하등급인 '매우 나쁨'(70㎎ 초과) 수준이었다. 저수량이 수문 개방 이전보다 82.5%나 감소한 데다, 최근 폭염과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들면서 수질이 악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16일 자료를 내 "수문 개방에 의한 저수량 감소만으로 세종보의 녹조가 악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올해는 폭염 등으로 특히 상황이 안 좋은 것"이라고 했다. 세종시는 이 자갈 보가 임시 시설이어서 추가적인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환경부에 문의하니 보 개방 모니터링이 연말까지 예정돼 있어 올해 연말이 되면 확실히
일부 정부 관계자는 "세종보 수문 개방 이전에는 물이 그득 차 있었던 금강 상류 지역이 지금은 마치 허허벌판처럼 변했다"면서 "수문 개방으로 강물이 마르면 녹조 문제 해결도 어렵지만 넉넉한 물이 담긴 경관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7/20180817002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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