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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이 되는 글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는 너와 나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는 너와 나

                                      

기자
박혜은 사진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31)
승강기 문을 걷어 차다 문틈으로 추락한 남편을 보고 놀란 아내는 당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땅에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다. [사진 Pixabay]

승강기 문을 걷어 차다 문틈으로 추락한 남편을 보고 놀란 아내는 당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땅에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다. [사진 Pixabay]

 
얼마 전 승강기 안전교육과 관련된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자주, 아차 하는 순간 몸이 절단되거나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큰 사건 사고가 주변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기도 한 자리였죠. 실제 사고 사례를 영상으로 보며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한 부부가 씩씩거리며 CCTV에 모습을 보입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대강 보아도 승강기까지 걸어오며 두 분이 크게 한판 한 듯한 모양새입니다. 잔뜩 화가 난 남편은 분을 못 이기고 승강기 문을 세게 걷어차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강한 힘으로 승강기 문이 열리고 문틈으로 남편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놀란 아내는 당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땅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남편은 다시 볼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외출하다 돌아오는 듯 보이는 두 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승강이 문을 세게 걷어찰 만큼 화가 났을까? 마지막을 붉으락푸르락하며 마무리한 아내는 앞으로 많은 순간 얼마나 큰 후회를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오갑니다. 
 
잉꼬부부로 유명한 션과 정혜영 부부가 텔레비전에 나와 부부싸움이 없는 이유로 부부간 서로가 지켜야 할 세 가지 정도를 항상 새기며 산다고 말한 내용이 떠오릅니다.

 
잉꼬부부로 유명한 션과 정혜영 부부는 부부싸움이 없는 이유로 부부간 서로가 지켜야 할 세 가지 정도를 항상 새기며 산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잉꼬부부로 유명한 션과 정혜영 부부는 부부싸움이 없는 이유로 부부간 서로가 지켜야 할 세 가지 정도를 항상 새기며 산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첫째, 대접받기 전에 대접하자. 누구나 공주처럼 왕자처럼 대접받고 살기를 원합니다. 공주나 왕자가 대접받으려면 신하가 필요합니다. 내가 대접받으려 상대를 신하로 만들어 버리진 않았을까요? 내가 왕이나 왕비이길 바란다면 내가 먼저 상대를 왕비나 왕으로 대접하자고 합니다. 나는 대접받고 싶다면서 정작 나의 아내나 남편은 어떻게 대하는가 돌아보자는 말이었습니다.
 
둘째, 상대의 장점을 더 크게 보고 칭찬하자. 연애할 때는 콩깍지가 눈에 씌어 싸우지 않는 커플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콩깍지가 사라지면 장점보다 단점을 보는 눈이 커지고 칭찬이 아닌 지적의 순간이 많아집니다. 칼럼을 통해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듯 그 사람이 아닌 나의 관점이 바뀐 거죠. 내 옆의 그 사람이 갑자기 있던 장점이 없어지고 없던 단점이 많아진 사람이 아니니 이전에 봤던 장점을 더 크게 봐주려 노력하며 산다고 말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오늘을 마지막인 것처럼 살자는 말이었습니다. 아마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도 그날이 마지막인 줄 스스로 몰랐을 겁니다. 누구도 내일이 약속되어 있지 않죠. 연애하고 결혼하며 한 번을 싸우지 않았던 아내 혹은 남편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딱 하루 싸우고 화해하지 못한 다음 날이 두 부부가 얼굴을 맞댄 마지막 날일 수 있다는 거죠.
 
사고 영상에서 정말 그날이 마지막이 된 부부가 션, 정혜영 부부의 말과 맞물려집니다.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한 번만 더 참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부부간의 다툼에서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하는 듯한 방식이라면 변화가 필요하며 어쩔 수 없이 다투게 되었더라도 마무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진다. [사진 pixabay]

부부간의 다툼에서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하는 듯한 방식이라면 변화가 필요하며 어쩔 수 없이 다투게 되었더라도 마무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진다. [사진 pixabay]

 
아이를 키울 때 훈육 방법의 중요성에 관한 글이나 영상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아이를 키우며 훈육 없이 키우기는 쉽지 않죠. 훈육의 과정을 거친 후에 꼭 필요한 마무리 과정은 아이를 꼭 안아주며 엄마나 아빠의 사랑을 잊지 말고 표현해 주는 겁니다. 사정상 너를 혼내는 방식을 택했지만 그 안에는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아이가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거죠.
 
부부간의 다툼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 내가 겉으로 드러내는 방식이 마치 부모가 아이를 대하듯 선생님이 학생을 대하듯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죠. 그러한 방식에서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투게 되었다 하더라도 마무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 박사는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해 하루에 4번은 꼭 서로를 안아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전에, 퇴근 후, 그리고 잠들기 전 서로가 1분간 꼭 안아주라는 겁니다. 겨우 1분의 시간일 수 있지만 부부가 서로를 느끼기 충분한 시간일 겁니다.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해 하루에 4번은 꼭 서로를 안아주자. 짧은 순간이지만 부부가 서로를 느끼기 충분한 시간이다. [사진 Freepik]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해 하루에 4번은 꼭 서로를 안아주자. 짧은 순간이지만 부부가 서로를 느끼기 충분한 시간이다. [사진 Freepik]

 
우리는 때때로 화가 났을 때 ‘일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생각으로 누워 버릴 때가 있죠. 짜증 나고 화가 났을 때 잠자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부부간에 다툼이 생겼을 경우 서로가 문을 닫고 들어가 화해 없이 그냥 밤을 보내버리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태로 잠자리에 들면 오히려 나쁜 기억을 지우기 힘들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 사범대학이 연구한 ‘기억과 수면 사이의 관계’를 밝힌 연구결과를 보면 “감정이 나쁜 상태로 잠들 경우 이 기억을 잊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대학생 73명을 대상으로 누군가의 혐오스러운 사진 2장을 보고 이를 기억하게 한 뒤 이틀 동안 뇌를 스캐닝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사진을 본 직후보다 하룻밤 지난 후에 기억 통제에 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부정적 기억을 품은 채로 잠이 들면 뇌가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나쁜 기억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기억은 시각적 이미지뿐 아니라 분노와 슬픔, 트라우마와 같은 감정 상태도 포함되며 하룻밤 잠을 자고 나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난 다음 날이 혹시 내 아내, 내 남편과의 마지막 날이 된다면 어떨까요?
 
결혼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말한 바바라 디 앤젤리스의 말이 있습니다.
‘결혼은 명사가 아니다. 결혼은 얻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결혼은 당신이 매일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의 사랑을 명사로 놓아두지 말고 동사로 표현해 주세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voivod70111@gmail.com


[출처: 중앙일보]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는 너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