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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재수]법원 갈땐 수갑, 아들 방 압수수색...벼랑끝 몰아간 검찰



법원 갈땐 수갑, 아들 방 압수수색… 벼랑끝 몰아간 검찰


입력 2018.12.10 03:00

이재수 前기무사령관 죽음에 검찰 무리한 수사 관행 도마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를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도 7일 투신해 숨졌다. 영장 기각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는 유서에 직접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만 했다. 하지만 그의 변호인과 지인들은 그가 검찰의 별건(別件) 수사 압박, 과잉 수사, 모욕 주기 수사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했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그런 상황들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이재수 전 국군 기무사령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이재수 전 국군 기무사령관. 검찰은 이례적으로 이 전 사령관에게 수갑을 채워 포토라인 앞에 세웠다. /뉴시스
그는 지난달 27일 검찰에 소환돼 12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그의 변호인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그의 혐의와는 직접 관련 없는 기무사 문건을 갖고 그를 추궁했다고 한다. 수사 검사가 "당신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 기무사 서버 안에서 찾은 수백 가지도 넘는 범죄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별건 수사 압박으로 비칠 수 있었다.

이후 이 전 사령관은 주변에 "그들이 뭘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고 한다. 심리적 압박을 크게 느꼈다는 것이다. 실제 그의 유품에서 발견된 메모장에는 '정확한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한데 어떤 도움도 받을 곳이 없어 답답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난 3일 그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나올 때 그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덮개로 수갑을 가리긴 했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보통 영장실질심사를 하면 법원은 피의자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한다. 영장 발부 여부가 정해질 때까지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법대로 하면 수갑을 채울 수도 있다고 한다. 검찰은 "정상적으로 한 것일 뿐 어떤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 때 체포된 피의자이거나 도주 우려가 있는 흉악범을 제외하고 수갑을 채우는 경우는 드물다. 검찰 안팎에선 혐의를 부인하던 이 전 사령관에게 모욕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왔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이 전 사령관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대상에는 그의 육사 동기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사무실도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EG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 전 사령관 개인 사무실이 그곳에 있어 확인차 나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곳에 이 전 사령관 사무실이 없어 검찰은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사령관 아들 방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들은 "그런 과잉 수사에 이 전 사령관이 큰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이 그 이후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수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했다는 것이다. 그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날 박 회장을 만나 "검찰 수사로 힘들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검찰의 조사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3년 국정원 파견 검사 시절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변창훈 검사도 작년 11월 자신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일 투신해 숨졌다. 그 며칠 전 검찰은 변 검사 자택을 압수수색했는데, 그의 자녀가 집에 있는 상태였다. 검찰은 변 검사 자녀를 방에 들어가라고 한 뒤 자택을 뒤졌다고 한다. 그는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변에 "검찰이 언론에 사실과 다른 얘기를 흘리면서 나를 몰아가고 있다"며 억울해했다고 한다. 당시 그를 잘 아는 검사들조차
"수사팀이 일방적으로 피의사실을 흘리고, 무리하게 압수수색을 한 데 그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2002년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던 조직폭력배가 구타를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인권 수사를 강조해왔다. 올해는 대검찰청에 인권부도 신설했다. 하지만 검사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무리한 수사 관행은 변한 게 없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0/20181210001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