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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김태우 "업무논의 텔레그램 이뤄져...심각한 내용은 윗선까지 한방에 올라가"

       


김태우 “업무논의 텔레그램 통해 이뤄져… 심각한 내용은 윗선까지 한방에 올라가”

장관석 기자 , 김동혁 기자 , 윤준호 채널A 기자입력 2018-12-20 03:00수정 2018-12-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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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인터뷰서 靑해명 공개반박‘청와대 특별감찰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태우 검찰 수사관(43)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첩보 보고서가 있다는 것은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상부의) 승인이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특감반장에게) 보낸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 보고를 출력하면 1만 페이지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이 자의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김 수사관은 이날 오후 검찰에 압수당했던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직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첩보 작성의 모든 시작은 텔레그램”이라며 “컴퓨터에 있는 보고서 파일은 ‘(보고서 작성을 위한) 초안이 완성됐다는 뜻’이며, 이는 상부의 지시나 묵시적 승인이 있었기 때문에 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근이 많은 특감반의 업무 특성상 텔레그램으로 상황을 보고하거나 업무를 논의했고, 상급자인 이인걸 특감반장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김 수사관의 첩보 활동을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김 수사관은 “급한 업무는 신속 하게 텔레그램으로 사전조율이 된다. 특히 정말 심각한 내용은 텔레그램을 통해 박 비서관 이상까지도 ‘한 방’에 올라간다”며 “편집을 거쳐서 비서관, 민정수석에게, 좋은 내용은 더 위로도 간다”고 주장했다. 특감반장과 일대일 대화방에서 보고된 내용이 특감반장을 통해 윗선으로 즉각 보고된다는 의미다.

김 수사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업무 보고 등을 했지만 비위 행위가 불거진 뒤 이 특감반장이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 내부 감찰을 앞두고 있던 지난달 5일) 이 특감반장이 나를 부르더니 ‘나 너 좋아하는 거 알지. 살아 돌아와라’라고 말하며 ‘텔레그램 방에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감찰 과정에서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가 압수당할 것을 알고 관련 대화를 미리 삭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텔레그램은 카카오톡 등 다른 SNS와 달리 본인이 대화를 삭제하면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 참모들은 주로 텔레그램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 특감반장은 “김 수사관이 텔레그램으로 지라시 등을 엄청나게 많이 보냈는데 읽지 않고 ‘응’이나 ‘OK’로 답을 했다”며 “나중에 찬찬히 읽어본 뒤 보고서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김 수사관을 불러서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특감반장은 특감반원을 직접 대면해 정식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한다.

 
김 수사관은 또 “특감반원들은 스스로를 ‘IO(Intelligence Officer·정보담당관)’라 부른다”며 “이 특감반장과는 이틀에 한 번꼴로 회의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뒤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담당관 제도를 폐지했지만, 정작 청와대에서는 계속해서 ‘IO’라는 명칭이 통용됐다는 것이다.  


김 수사관은 현 정부 민정수석실이 이전 정부 인사 비위 첩보는 수사로 이첩할 정도로 좋아하면서, 현 여권 인사 비리 첩보는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학송 전 도로공사 사장에 대한 첩보를 쓴다는 사실을 알자 김 사장이 사표를 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수사기관에 이첩시킬 정도로 강경했다”고 했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선 “임종석 비서실장은 보고 안 받았다고 했지만 말이 안 맞는 것”이라며 “내 말은 모두 진실이고 청와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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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수사관은 전성인 홍익대 교수 동향 보고서 작성을 이 특감반장이 허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특감반장은 “그런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통화 말미에 ‘지인인 건설업체 대표 최모 씨 사건을 조회하려다 경찰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내용은 사실관계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정보 수집을 위해 만나온 사이다. 오히려 ‘그분’이 저를 어린애로 취급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관석 jks@donga.com·김동혁 기자·윤준호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