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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킹크랩 완성도 98%" "고맙다"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이 결정타



"킹크랩 완성도 98%" "고맙다"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이 결정타

조선일보
  • 양은경 기자
    입력 2019.01.31 03:16

    [김경수 법정구속]
    김경수 실형 선고 근거는

    "실형을 선고하는 이상 구속영장을 발부합니다."

    30일 오후 3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성창호 부장판사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법정 구속 결정을 내리자 방청석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김 지사 지지자들은 재판장을 향해 "이게 재판이냐!"고 소리쳤다. 우는 이도 있었다. 선고 직후 구속 집행을 앞두고 김 지사는 지지자들을 향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같은 운명' 김경수와 드루킹
    '같은 운명' 김경수와 드루킹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왼쪽). 김 지사와 공모해 지난 대선 당시 인터넷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던‘드루킹’김동원씨도 이날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김지호 기자
    선고 직전까지 법정 구속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김 지사도 법정에 들어설 때만 해도 방청객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되자 한동안 얼어붙은 듯 피고인석에서 움직이지 못했고, 얼굴은 물론 귀까지 시뻘게졌다.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두 가지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인터넷 기사 8만여 건에 달린 댓글 순위를 현 여권에 유리하게 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업무 방해), 대선 후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해주는 대가로 드루킹 측근을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혀 주겠다고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이다.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의 파주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봤느냐였다. 김 지사는 "사무실에 간 것은 맞지만 킹크랩 시연은 못 봤다"고 했다. 센다이 총영사 추천 또한 선거와 대가 관계가 없다고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 조작 사건 핵심 쟁점
    그러나 재판부는 "진술과 객관적 증거에 의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했다. 우선 "포털사이트 접속 기록상 김 지사가 파주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본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킹크랩을 개발한 우모씨가 김 지사가 사무실을 방문한 2016년 11월 9일 저녁 8시 무렵 여러 개의 아이디로 기사 댓글에 '공감'을 누른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지사 방문 날에 맞춰 킹크랩 시연과 테스트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지사가 여론 조작에 공모했다는 핵심 증거는 소셜미디어의 '비밀대화방'이었다.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이 비밀대화방으로 시중 여론 동향 등을 담은 온라인 정보보고를 49차례 보냈다. 그중에는 '경인선(드루킹 주도 모임)은 3대 포털을 장악하고 있으며 킹크랩 완성도는 98%입니다'라는 내용, 김 지사가 그런 유의 보고에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한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드루킹은 또 댓글 작업을 마친 기사들을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매일 수백 건씩 김 지사에게 보냈다. 재판부는 "김 지사는 매일 기사를 전송받고 확인했는데 이는 범행을 승인·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이런 비밀대화방 내용들을 상당 부분 삭제했지만 드루킹이 미리 캡처해 둔 것이 있어 유죄 증거가 됐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직접 실행 행위에 일부 가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뉴스 기사 11개의 URL(인터넷주소)을 보낸 것을 말한다. 드루킹은 이를 채팅방에 올려 'AAA' 표시를 달아 시급히 작업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센다이 총영사 추천 또한 드루킹 일당의 이 같은 활동에 대한 보답 내지 독려 의미여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김 지사 행위에 대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여론을 형성한 것으로 위법성이 크다"고 했다. 댓글 조작으로 인해 지난 대선에서 여론이 조작됐음을 인정한 것이어서 앞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또 "김 지사 등이 약 8만 건에 가까운 기사 댓글을 조작해 죄질이 무겁다"고 했다. 기사 댓글에 부정 클릭한 규모(8840만 회)는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41만 회)의 수백 배 규모다
    . 대선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일 수 있다.

    실형 선고로 김 지사는 그 직(職)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김 지사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은 벌금 100만원의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김 지사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업무 방해의 경우에도 상소심에서 벌금 이하로 형이 깎이지 않는 한 공무원 자격을 잃게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31/201901310027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