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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나는 새도 떨어뜨린 멕시코시티 공기, 이젠 서울보다 좋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 멕시코시티 공기, 이젠 서울보다 좋다

입력 2019.03.02 03:00

[오늘의 세상] [미세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30여년 만의 반전,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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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인 1일 대부분 지역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76㎍/㎥ 이상)' 수준을 보이는 등 전국이 고농도 미세 먼지로 뒤덮였다. 이날 오전 서울 도심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이나 행사에서도 마스크를 쓴 참가자가 많았다. 토요일인 2일도 수도권과 충청권에 초미세 먼지 농도가 50㎍/㎥을 넘길 것으로 예상돼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정도 공기 상황은 1980년대 멕시코시티에 비하면 약과다.

1987년 2월 멕시코시티 상공에서 수천 마리의 새가 떨어져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죽은 새를 검사한 결과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납·카드뮴·수은 등 중금속 오염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 단체들은 이를 세계 환경 사고의 하나로 기록하고 있다.

끔찍했던 80년대 멕시코시티 -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았던 1980년대 멕시코시티 아침 출근길 모습. 멕시코시티는 당시 서울보다 대기질이 나빴지만 차량 운행 규제 등 강력한 정책으로 근래 서울보다 낮은 미세 먼지 농도를 보이고 있다.
끔찍했던 80년대 멕시코시티 -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았던 1980년대 멕시코시티 아침 출근길 모습. 멕시코시티는 당시 서울보다 대기질이 나빴지만 차량 운행 규제 등 강력한 정책으로 근래 서울보다 낮은 미세 먼지 농도를 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980년대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도시는 중국이나 인도의 도시가 아니라 멕시코시티였다. 당시엔 멕시코시티가 서울보다 대기오염 수치가 높았다. 그러나 2016년 OECD 통계를 보면 연평균 초미세 먼지(PM10) 농도는 멕시코시티가 45㎍/㎥으로 서울의 48㎍/㎥보다 낮다. 2017년 나온 OECD 국제교통포럼 보고서는 1988년부터 2013년까지 멕시코시티의 미세 먼지 농도가 71%나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멕시코시티는 어떤 미세 먼지 정책을 폈기에 대기오염 수준을 개선한 것일까.

◇한때 세계에서 가장 공기 오염 심각

멕시코시티는 해발 2240m 고도에 있는 데다 공기 이동이 적은 분지 지형이다. 이런 자연조건에 2600만명의 인구와 500만대가 넘는 차량, 각종 산업 시설이 내뿜는 오염물질로 대기오염이 극심했다.

멕시코시티는 1990년대 초반부터 대기 질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우선 차량 운행 줄이기부터 시행했다. 차량별로 다섯 가지 색깔을 부여하고 요일별로 운행할 수 없는 날을 지정했다. 차량 5부제다. 우리나라는 현재 비상 저감 조치를 내릴 경우 공공기관 차량만 2부제를 하는 등 상징적인 수준으로 시행하고 있다. 배출가스 기준이 넘는 차량은 추가로 운행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친환경 버스를 대거 도입했다. 특히 저렴하게 공공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에코비시(Ecobici)' 시스템은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2025년까지 디젤차 전면 금지

멕시코시티는 2025년까지 디젤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세계 4대 도시 중 하나다. 엔리케 대통령 시절 석유 가격을 대폭 올리고 발전소 연료를 석유에서 천연가스 등으로 전환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도 시행했다. 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연구교수는 "자동차 운행 규제와 석유 가격을 올리면서 에너지를 석유에서 전기·풍력·태양광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효과를 본 핵심"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를 회색에서 초록색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도로 주변에 식물을 심는 정책도 효과를 보았다. 특히 고가도로 다리에 덩굴식물로 '초록색 다리'를 만드는 정책은 현재 멕시코시티를 감싸고 도는 외곽 순환 도로 전경을 바꿔놓았다. 멕시코 정부는 또 선박이 정박할 때 엔진 가동 범위, 정박 가능한 선박의 종류 등을 제한했다.

연세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 임영욱 교수는 "멕시코는 국외 배출량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멕시코시티의 대기오염 완화는 다양한 정책을 강력한 의지로 시행한 결과"라며 "우리는 비슷한 정책이 있어도 민간 부문에 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해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경우 미세 먼지(PM10) 연평균 농도가 1995년 78㎍/㎥에서 2017년 44㎍/㎥으로 좋아졌다. 이산화황 농도도 1989년 56ppb에서 2017년 5ppb로 줄었다. 문제는 2010년대 들어 감소세가 둔화하고
평균은 줄어도 '초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하는 일수가 늘어나는 점이다. 초미세 먼지 농도는 2015년 23㎍/㎥, 2016년 26㎍/㎥, 2017년 25㎍/㎥, 2018년 23㎍/㎥ 등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노후 경유차 저감 등 다양한 방법으로 2022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를 17㎍/㎥까지 줄일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2/201903020022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