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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정세현 "볼턴 재수 없는 사람...인디언 죽이는 백인 기병대장 생각나"



정세현 “볼턴 재수 없는 사람...인디언 죽이는 백인 기병대장 생각나"

입력 2019.03.05 11:24 | 수정 2019.03.05 12:31

"美가 밀가루 줘서 좋아해…벼가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게 평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때문"이라며 "볼턴은 한반도 문제에서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사람(볼턴)을 보면 인디언 영화에 나오는, 인디언을 죽이면서 양심의 가책 없이 잘 했다고 하는 백인 기병대장이 생각난다"는 말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남북경제협력 전망' 민평련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 전 장관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지난달 28일 미⋅북) 확대 정상회담 사진이 나오는 데 난데 없이 볼턴이 앉아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간담회에는 우원식 의원을 비롯해, 설훈·원혜영·이인영·인재근 등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장관을 지냈다.

정 전 장관은 "제가 통일부 장관이던 2002년 7월, 당시 미 국무부 차관이던 볼턴은 북한이 별도의 장소에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는 케도(KEDO·한반도에너지 개발기구)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인데 이것을 중단시키려는 저의를 갖고 핑계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 사람 헛꿈 꾸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케도는 북한이 흑연감속형 원자로 2기를 동결하는 대가로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1000MW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는 사업이다.

정 전 장관은 또 "(북한이) 저농축 연료봉을 만드는 것도 고농축이라고 (볼턴이) 우기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을 홀려서 ‘(북한은) 나쁜 놈들’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계산 같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뒤 기자회견에서 ‘영변 외 핵시설’ 존재를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가 언급한 ‘영변 외 핵시설’이 강선에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일 것이란 일부 보도와 관련, "강선은 작년 6월에 나온 이야기다. 구문(舊聞)으로 분위기를 반전하고 여론을 역류시키는 앞잡이가 볼턴인데 판 깨놓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고 했다. 그는 "(볼턴이) 이번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탁을 받은 것 같다"며 "(볼턴이) ‘웜비어 사건’ 이야기를 꺼내며 (일본인) 납치문제도 이야기했을 거다. 김정은이 오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판이 깨졌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확대 정상회담에 존 볼턴(왼쪽 첫 번째) 백악관 NSC 보좌관이 참석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정 전 장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다른 원인으로는 정상회담 기간 중에 미국 하원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 청문회를 들었다. 그는 "코언 청문회가 뉴스 헤드라인을 덮는 것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했던 모양이다. (북한과의 합의를 미국에) 들고 가봐야 소용없다. (27일) 밤 사이 심경이 변해서 이번에는 (합의를) 못하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상회담이 끝날 때 김정은이) 환히 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사정 때문에 미뤄놓고 나중에 만나자, 나무 걱정하지 말아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런 표정이 안 나온다"며 "(합의문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데, 코언 청문회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게 속상한 나머지 ‘노딜’로 만들었다. 이후 헤드라인은 ‘하노이 회담 결렬’로 나갔다. TV 토크쇼를 했던 사람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감각이 있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平和)라는 글자를 생각해야 한다. 고를 평(平)자에 벼 화(禾)자에 입 구(口)다. 벼가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게 평화다. 어려울 때 안 도와주면 아는 척도 안 한다"며 "서독도 20년간 1044억마르크어치를 동독에 현물로 지원해 민심이 서쪽으로 넘어왔고, 그 민심이 1989년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이어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이 우리에게 밀가루와 옥수수, 분유, 쌀을 줬다 이승만 전 대통령보다 더 고마운 게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 때 미국을 좋아해서 기병대가 인디언을 죽이면 박수를 쳤다"며 "우리가 먹을 것 때문에 미국을 좋아하게 된 원리는 남북 관계에서도 불변의 진리"라고 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주식
을 전량 매도했다"며 앞으로 주목해야 할 매력적인 투자처로 한반도를 꼽았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미국 자본과 짐 로저스가 북한에 들어가면 우리 자본은 새 발의 피"라며 "북한 경제가 미국화, 일본화되거나 중국에 예속되면 통일이 물 건너 간다. 노골적으로 북한이 우리에게 의존하게 돼야 긴장이 완화되고 통일을 위한 정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5/20190305010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