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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사설] 이런 人事 해놓고 '떠들어라, 우리는 간다'는 건가



[사설] 이런 人事 해놓고 '떠들어라, 우리는 간다'는 건가

조선일보


입력 2019.03.16 03:10

이번 3·8 개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의 흠결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인사안을 국민 앞에 내민 것일까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주택 정책을 총괄해야 하는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자에다 부동산 재테크 투자까지 한 것이 드러났다. 보유 주택 수를 하나 줄여 보려고 사는 집을 딸 부부에게 급하게 분산 증여하고 월세 임대차 계약을 맺는 꼼수도 부렸다. 그래 놓고도 장관이 되면 "다주택자들은 집을 파시라"고 계속 말할 생각이었나. 이러고도 장관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도 문제이지만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고른 대통령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나치다는 말로도 부족한 북한 편향 시각에다 문 대통령의 야당 시절 군 방문에 대해 "군복 입고 쇼나 한다"고 했고, 다른 정치권 인사들을 '감염된 좀비' '씹다 버린 껌'에 비유하는 등 술자리에서나 내뱉을 막말을 소셜 미디어에 쏟아냈다. 정책 방향이 아니라 그의 인성(人性)이 장관이 아니라 고위 공직 자체에 부적격이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도 자녀 국적, 세금 체납, 부동산, 배우자 재산 등으로 논란이 분분하다.

부동산 자료나 본인의 소셜 미디어는 인사 검증 때 제일 먼저 들여다보는 항목이다. 민정수석이 자기 소셜 미디어에 온갖 글을 올리고 유튜브 방송 활동하느라 바쁘다고는 하지만 인사 검증이라는 최소한의 일은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대통령이 마음에 들어 한 사람들이 이런 인물들이고, 대통령이 골랐으니 어떤 흠결이 있어도 밀어붙이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만약 장관 임명이 국회 표결 대상이었으면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흠결이 불거져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완전히 박힌 듯하다. 한때 문재인 정부도 장관 후보자들이 문제 됐을 때 내정을 철회하기도 했다. 비서실장이 국민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최소한의 염치마저 희미해지면서 '장관 후보 교체'라는 말 자체가 사라졌다. 인사청문회에서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장관을 7명이나 임명을 감행했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무더기로 밀어붙인 정권은 없었다.

기야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 캠프 '특보' 이력의 인사를 강행 지명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이것만은 지키겠다면서 하향 조정해 놓은 위장 전입 기준도 어기는 사람까지 임명했다. 대통령은 그런 후보자들에게 임명장을 주며 "인사청문회 때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고 했다. 국민들을 향해 '떠들어라, 우리는 간다'고 하는 식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5/201903150277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