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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北, 괌-하와이 전략무기 철수 요구했다"

       


[단독]“北, 괌-하와이 전략무기 철수 요구했다”

이지훈 기자 , 한기재 기자 입력 2019-03-22 03:00수정 2019-03-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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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협상팀 자문해온 앤드루 김… “北이 말한 비핵화 개념 전혀 달라”
韓 보호 핵우산 제거 요구 드러나, 北김창선 방러, 김정은 방문 논의

탱크 공장 찾은 트럼프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주요 경합지인 오하이오주 라이마의 탱크 조립 공장에서 연설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북-미 비핵화 협상을 물밑에서 조율한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이날 서울에서 가진 비공개 강연에서 “북한이 실무회담에서 비핵화란 말 자체를 꺼렸다. 그러면서도 괌, 하와이에 있는 전략무기까지 치우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라이마=AP 뉴시스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사진)이 ‘하노이 결렬’과 관련해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미국의 비핵화 개념이 대단히 달랐으며 특히 북한은 괌, 하와이 등 미국 내 전략자산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합의가 결렬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명확한 비핵화에 대한 정의는 거부하면서 사실상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제거와 인도태평양사령부 무력화를 요구했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 이상으로 북-미 간극이 커 비핵화 논의 재개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전 센터장은 20일 서울에서 열린 스탠퍼드대 동문 초청 비공개 강연에서 하노이 결렬의 전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이끌었던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말 사임했지만 지금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비공식 자문기구에서 활동하면서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수시로 조언하고 있다.  

김 전 센터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은 B-2 폭격기를 비롯해 전력의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 있는 (한반도 전개가 가능한) 무기도 없애야 한다고 싱가포르 회담 때부터 주장해 왔다”고 전했다.

특히 김 전 센터장은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북측이 핵심 이슈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미국에서 비핵화를 꺼낼 때마다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등 북한 실무협상단은 ‘국무위원장 동지가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미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외에 북한 실무협상단은 ‘비핵화’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 그는 이어 “김혁철은 ‘영변 외 핵시설은 나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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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센터장은 제재 완화와 관련해서도 “북한 실무협상단은 (제재 완화 대신) ‘인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우회적으로 이야기했다. 직접적인 표현에 익숙한 미국 측이 ‘요구를 분명히 해달라’고 하자 그제야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 하노이 회담 후 발생하고 있는 한미 의견 차와 관련해선 “한미동맹에 균열이 일어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중재자론 등)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 청와대 측에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편 김 전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하노이 결렬 이후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의 집사’로 하노이 회담의 의전 문제를 실무 지휘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19일 모스크바에 도착해 김 위원장의 방러 의전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