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주식은 남편이 했다? 경제공동체인 부부, 도덕적 분리 안돼"



"주식은 남편이 했다? 경제공동체인 부부, 도덕적 분리 안돼"

입력 2019.04.17 01:29 | 수정 2019.04.17 07:12

판사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해명에 비판 잇따라

한 현직 판사가 판사들의 익명 인터넷 게시판에 주식 문제로 논란이 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후보자를 향해 "역대 가장 준비되지 않은 후보자"라고 했다. 이 글엔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법원 출신 후보자보다 실망스러웠다" "깊이 공감한다"는 댓글이 수십 건 달렸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도 이 후보자 '부적격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상당수 판사는 35억원대 주식 보유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불거진 이 후보자에 대해 "근본 자질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판사들의 익명 게시판인 '이판사판 야단법석'에 한 판사가 이 후보자와 관련한 글을 올렸다. 그는 "역대 가장 준비되지 않고, 부끄러운 답변만 반복하던 후보자의 모습. 지금이라도 후보자의 결단과 입장을 듣고 싶다"고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식은 남편이 다 해서 나는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한 이 후보자에 대해선 "우리가 (사건) 기록에서 많이 보고 듣던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부는 경제적 공동체로서 포괄적 동의가 있었는데 법적 책임만 없으면 후보자는 깨끗하게 되고 그 과정의 도덕적 문제는 부부간에 분리가 가능한가. 이게 국민이 묻고 있는 핵심"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주식 계좌를 개설하거나 운용하는 것에 대해 남편에게 위임했다면, 남편의 행위에 따른 법적·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후보자는 대형 로펌 변호사인 남편과 함께 전 재산(42억원)의 83%인 35억원대 주식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편 오충진 변호사가 판사 시절 특정 기업 사건 재판을 전후해 그 기업 주식을 매도·매수한 것으로 드러나 "기업 내부 정보를 이용한 '족집게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판사는 이에 대해 "그 거래를 통한 이익을 향유했을 것임에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법정에서 어떻게 재판을 해야 하나"라고 했다.

이 판사는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술에 취한 성범죄 피고인에게 1심 집행유예를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했다는 판결 등을 내세울 만한 판결로 제시한 바 있다. 이 판사는 이를 언급하면서 "이 판결이 기념비적 판결이거나 선구자적인 판결도 아니고 전국에서 수없이 많이 하는 판결 중 하나"라며 "소개할 게 이것뿐이라면 그게 후보자가 판사로서 보여준 전부"라고 했다. 또 "5·18은 물론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후보자. 귀를 의심했다.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일선 법관들 반응도 비슷하다. 특히 이 후보자가 주식 투자 논란에 대해 "남편이 다 했다"며 뒤로 숨고 남편이 전면에 나서 적극 방어하는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나중에 헌법재판관이 돼서도 남편에게 물어보고 재판할 거냐"며 "후보자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인사청문 대상도 아닌 남편만
보이는 것이 정상적 상황이냐"고 했다. 수도권의 다른 부장판사도 "법관을 대표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으면 적어도 청문회에서 법관들을 부끄럽게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소신도 없고 제대로 대답하는 걸 못 봤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회에 18일까지 이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6/20190416033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