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단독]“北선박 단속 7개국 軍작전에 한국만 빠져”
김기호 전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입력 2019-04-20 09:24수정 2019-04-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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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앞바다 北정권 숨통 죄기
● “美 인도·태평양사령부 정찰자산 집결”
● “더 촘촘히 더 강압적으로”
● “불응 시 실력 행사”
● “北 유류 환적 완전 차단”
● 미국 주도, 일본 허브
●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참가
● 중무장 초계기·호위함 대거 동원
● “한국 발 빼거나 배제돼”
대북 해상 제재에 나서는 호위함 영국 몬트로스호.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과의 ‘선박 대 선박’ 환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UNSCR) 위반에 해당한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은 2017년 10월부터 동중국해에서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 감시를 시작해 지난해 말까지 30차례 불법 환적을 중단시켰다. 나아가, 미국은 2018년 7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보낸 문서에서 “북한이 2018년 1월부터 5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해상에서 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불법 취득했다”고 밝혔다.한국 ‘제재의 구멍’ 오명
그러나 북한 선박의 불법 활동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군은 더 적극적으로 해상제재에 나선다. 작전에 참가한 항공-해상 전력은 웬만한 나라의 해군력에 해당한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작전을 총괄 통제하며 일본이 작전기지를 제공한다.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도 동참한다. 미국 중심의 7개국 대북 해상제재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해양경찰이 미국과 합동 훈련하는 수준에서 소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에 관련해 군 소식통은 “‘한국을 포함해 8개국이 해상제재에 나서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의 역할이 너무 소극적이어서 한국은 해상제재에 발을 빼거나 배제되는 양상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 선박 단속을 위한 7개국 군사 작전에 한국은 사실상 빠져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간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재 한미군사동맹은 ‘공동의 적’이 애매해진 상태다. 한국은 연대급 이상 한미연합훈련을 폐지하면서 미국과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해상 제재에 적합한 화력
3월 26일 제주 서귀포에 입항한 미국 해안경비대 버솔프함. [동아일보 박영철 기자]
현재 동중국해에서 벌어지는 7개국 군사 동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7개국의 함정과 항공기들이 실제로 투입돼 불법 환적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중 가장 특징적인 전력은 미국의 버솔프함이다. 이 배는 미 해안경비대 소속 4500t급 함정으로 최고 속력이 시속52㎞(28노트) 이상, 항속 거리가 2만2000㎞(1만2000해리)에 이른다. 57㎜ 기관포 1문, 20㎜ 근접방어무기 체계 1문, 50구경 기관총 4정, 7.62㎜ 기관총 4문을 갖췄다. 헬기 2대나 드론 4대를 실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미 해군 전투함보다는 무장이 떨어진다. 그러나 미 해안경비대는 해적을 퇴치하고 마약상과 교전한 경험이 많다. 이들의 전투력은 중소국가의 해군보다는 낫다. 수색, 체포, 범죄자 추적, 마약·밀수단속이 주 임무다. 파리는 도끼를 휘두르기보다 파리채로 잡아야 한다. 불법 환적을 하는 북한 민간 상선을 단속하는 데에는 군함보다는 해양경찰의 경비함이 더 적합한지 모른다.
김진형 예비역 해군 소장은 “해상 단속은 미 해안경비대의 주 전공이다. 해군 전투함보다는 해안경비대 경비함이 불법 환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검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미군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군함을 놔두고 본국의 해양경비함을 작전에 투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불법 환적을 강하게 단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버솔프함은 빠른 속력으로 목표 선박을 추적해 차단한다. 의심 시 환적 선박을 드론으로 근접 정찰감시하고 필요 시 헬기를 동원해 검색한다.
프랑스는 3월 중순 팔콘 200 해상 초계기와 프리기트(Frigate)급 호위함인 방데미에르함을 참가시켰다. 팔콘 200 해상초계기는 항속거리가 4000km 이상이어서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뜨면 동해와 동중국해를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
방데미에르함은 배수량이 2600t급으로 작은 편이지만 엑조세 대함미사일로 무장한 야무진 배다. 프리기트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발달한 소형 상선에 대한 통칭으로, 프리기트급 함은 해상 정찰과 해적 소탕에 적합한 중소형 전투함이다. 대함 및 대잠 작전도 가능하고 호위함으로서 우군 함선을 보호한다. 76mm 함포 1문과 대함미사일 8발, 대공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10t급 NFH-90 헬기를 탑재하고 어뢰와 잠수함 탐지를 위해 소나도 갖추고 있다.
영국의 호위함인 4900t 급인 몬트로스호는 함정과 전투함에 대한 작전뿐 아니라 대(對) 잠수함 작전도 가능한 전천후 함정으로 알려져 있다. 항법 및 사격통제 레이더를 갖추고 있다. 함포 1 문을 비롯해 기관포, 미사일을 갖추고 있다. 헬기 1~2대도 탑재한다.
3월 2일 새벽 00000 해상에서 몬트로스호는 국적 미상 선박과 나란히 서 있는 북한 선박을 찾아냈다. 몬트로스호에 탑승한 팀은 이에 관한 사진 증거를 모아 유엔에 보고했다. 영국 해군은 이 북한 국기를 단 유조선 ‘새별’호가 유엔이 금지한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새별’호는 어선으로 가장했다. 영국은 지난해부터 북한의 불법환적을 감시하기 위해 호위함과 보급함을 파견했다. 지난해에는 호위함 ‘서덜랜드’가 파나마 선박과 북한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확인해 제재하도록 했다.
어선으로 가장한 北유조선 적발
미국 재무부가 2018년 2월 공개한 북한 금문산호와 파나마 코티호의 해상 환적 사진.
일본은 미국과 적극 협력해 사세항과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를 7개국의 허브기지로 제공하면서 불법 환적 단속을 주도하고 있다. 사세보항과 가데나 기지는 한국에 본부가 있는 유엔사령부의 후방기지이기도 하다. 올 2월 취역한 일본 아사히급 호위함은 7개국 참가전력 중에서 최신 함으로 단연 으뜸이다. 아사히급은 배수량이 만재 7000만t, 길이가 151m, 폭이 18.3m이며, 약 230명의 승조원이 탑승하는 대형 함이다. 주요 무장으로 함포 1기와 대함미사일 2기, 어뢰발사기 2기를 갖추고 있다. 또한 대공미사일을 최다 128발 탑재한다. 포탑 회전이 가능한 고속 중구경 기관포로 된 근접방어시스템 2기를 장착해 접근해오는 적 항공기나 대함미사일을 요격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사히급은 일본이 자체 개발한 전자동화 전투지휘통제시스템(FCS-3A)을 탑재해 대공, 대함, 대잠 활동에 활용한다. 200해리 거리에서 200개의 표적을 동시에 처리하는 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가 적을 추적한다. 일본은 2018년 1월 이후 북한의 선박 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행위를 11건 적발했다. 일본 해상자위대와 해상보안청도 동해와 동중국해에서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4월 P-8A 포세이돈 해상 초계기를 일본 해역에 배치한 이후 같은 해 9월 AP-3C 오리온 2대를 추가로 파견했다. 이어 230명의 승조원이 탑승할 수 있는 호위함 ‘HMAS 멜버른’도 배치했다. 뉴질랜드는 P-3K2 해상 초계기를 일본에 배치했다. 캐나다는 군 해상 초계기를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보냈다. 캐나다는 2017년 잠수함도 파견했다. 캐나다군 중장은 한국에 있는 유엔군사령부의 부사령관을 맡고 있다.
미군 관계자는 “북한이 교묘한 수법으로 해상 환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엔 더 촘촘히 그리고 더 강압적으로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미국은 바다 바깥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2월 미국 정부는 북한을 겨냥한 ‘국제 운송 주의보’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정부와 함께 해상 보험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업계의 적극적 조치를 주문했다. 아울러 지난 한 해 동안 북한과의 불법 활동에 연루된 선박 42척을 독자제재명단에 올렸다.
미국의 독자제재를 받는 북한 관련 선박이 모두 101척인 점을 감안하면 약 40%에 해당하는 선박이 지난 한 해 추가된 셈이다. 그러나 이런 국제적인 노력 속에서도 북한의 불법 활동은 여전히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작전 담당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해상 유류 환적으로 유엔 제재를 계속 회피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저지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례는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북한 선박들은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이나 다른 나라의 영해에서 환적하는 쪽으로 전략을 조정했다고 미국 측 한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까지 북한이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정제유 50만 배럴 이상을 반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10월까지 23만~25만 배럴에 해당하는 약 3만t을 북한에 제공했다. 여기엔 선박 간 환적을 통한 유류 반입량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미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北선박 강제구인 불사”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고위 관계자는 필자에게 “이번 연합 해상제재는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해상차단을 실시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먼저 이 선박에 헬기 또는 선박을 이용해 근접한다. 이어 검문, 검색을 실시하고 필요 시 나포해 인근 항구로 견인한다. 북한 선박이나 북한이 자주 국적을 세탁하는 시에라리온 같은 국가의 선박이라 할지라도 실력행사나 강제구인을 불사할 것이다. 유엔 회원국은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공해상에서 검색할 수 있고 검색 결과 불법 환적이 드러나면 가까운 항구로 끌고 갈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상당수 정찰자산이 한반도 주변에 집결돼 있다. 이들은 북한 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포착하는 활동도 하지만 동시에 한반도 근해에서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활동을 낱낱이 파악해 차단하려는 활동도 하게 된다.”
3월 30일 첨단 광학전자 센서와 통신 장비를 갖춘 미 공군 ‘RC-1355 코브라볼’ 정찰기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정찰 목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가데나 기지 측은 작전 보안상의 이유로 공식적으로는 정찰기 배치 현황을 공개하지 않으며 오키나와 방위국에도 통보하지 않는다. 3월 18일엔 미군 E-3 조기경보통제기가 동해를 거쳐 오산기지에 착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E-3 조기경보통제기는 돔 모양의 레이더를 통해 400km 내의 600개 목표물을 탐지한다.
국제해사기구는 등록국가를 위장하거나 위치추적 장치를 끄고 항해하는 북한 선박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2021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 목록에 포함된 선박을 찾아볼 수 있는 정보망도 구축한다고 한다.
미국은 6·25전쟁 참전국 위주의 소위 밴쿠버 그룹 20개국을 이번 대북 해상제재에 참가시키려는 노력을 펴고 있다. 이 20개국은 2018년 1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북핵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은 사실상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이 오히려 해상제재에 더 적극 나서는 형국이다.
7개국이 해상에서 불법 환적 행위가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강제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우 한국은 미국 주도의 의사 결정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 일본은 미국과 ‘인도·태평양시대’ 전략을 논의하면서 미국의 동맹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있다.
한국 오면초가?
최악의 경우 한국은 미국, 일본은 물론 북한, 중국, 러시아에도 외면받는 ‘오면초가’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요즘 중국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침범한다. 한국이 항의하면 중국은 “작은 일”이라고 무시한다. 한 군사전문가는 “한미군사동맹에 금이 가면서 중국이 한국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기호
● 육군사관학교 졸업(35기) 육군대령 전역
●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
● 국방대 안보대학원군사전략학부 교수
● 現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초빙교수
김기호 전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 missionhero@naver.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9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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