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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지방 광역단체장들,건설사에 'SOS'



지방 광역단체장들, 건설사에 'SOS'

입력 2019.05.07 01:33 | 수정 2019.05.07 01:42

"지역경제 죽어가… 현지업체와 계약하면 용적률 높여드릴게요"
부산·대구·대전·울산, 대형 건설사들에 잇달아 "도와달라" 읍소

서울 소재 A건설사는 최근 송철호 울산시장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A사가 울산에서 하고 있거나 예정된 공사에 지역 근로자, 지역에서 만든 자재·장비를 쓰고 하도급 공사에도 지역 기업을 많이 참여시켜 달라는 호소문이었다. 송 시장은 이 편지를 전국 종합 건설사 260곳에 보냈다. 서신에는 '각별히 감사' '간곡히 부탁' 등 공손한 표현이 가득했다. 1980년대 부산·울산 지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인권·노동 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던 송 시장은 6일 본지 통화에서 "주력 산업인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경제가 너무나 어려워, 읍소하는 심정으로 편지를 쓴 것"이라고 했다. A사 임원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에 보내는 문서는 대부분 '명령 하달'형인데, 송 시장이 간곡한 표현을 써가며 도와 달라는 서한을 보낸 걸 보니, 상황이 진짜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최근 대형 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에 3년간 48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지만, 광역단체장들은 여야(與野) 구분 없이 잇따라 건설사들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제조업과 자영업 몰락 속에 경남·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 등 6개 지방은행 가계대출 연체액이 3년 새 배(倍) 이상(745억원→1650억원)으로 치솟는 등 지방경제가 한계 상황으로 치닫자, 고용·생산 유발 효과가 큰 건설업을 살려 경기 부진을 극복해 보려는 시도다.

국내 건설 수주 현황 그래프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역 건설사와 협업하는 대기업 건설사들에 용적률(층별 건축면적 총합을 토지 면적으로 나눈 비율)을 높여주는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사업을 할 때 지역 기업을 참여시키면 제공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5%에서 작년 말 20%로 높였다. 사업자는 용적률이 높아지면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어 수익이 늘어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건설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을 죄악시하는 상황이지만, 지자체장은 생존하려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 빠른 대안이 민간 건설 투자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대하고도 별 효과가 없자, 최근 시청 공무원들에게 "대기업 건설사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추가 혜택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권 시장은 "나름 파격적이라고 판단되는 수준의 인센티브를 내놨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아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대전시도 타 지역 기업이 대전 소재 기업과 함께 정비 사업 공사에 참여하는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과거에는 5~10%였던 인센티브를 올 초부터 14~18%로 늘렸다. 부산시는 올 초 대기업 건설사들에 부산 소재 건설 관련 기업 명단을 전달했다. "우수한 기업이 많이 있으니 파트너로 적극 활용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렇게 지자체들이 건설사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특히 지방의 건설 경기가 워낙 안 좋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건설 수주량은 8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 줄었다. 공공 부문(-8.4%)보다 민간 부문(-10.1%)의 감소 폭이 컸다. 이렇게 건설투자가 줄어들면 그 영향은 서울보다 지방이, 대기업보단 중소·중견기업이 더 크게 받는다. 건설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체감지수를 살펴보면, 지방(67.9)이 서울(87.1)보다 20포인트가량 낮다.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장은 "지방 주택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건설 투자 감소는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정부에서 일부 대형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고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계획도 내놨지만 빨라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돈이 풀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건설업의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크다는 점도 광역단체장들을 움직인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 공사가 시작되면 다양한 자재, 중장비 수요와 일자리가 생기고, 근로자들이 주변 상점에서 돈을 쓰기 때문에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0.2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8.7명)을 크게 웃돈다. 고용유발계수란 '10억원어치의 재화를 생산할 때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근로자 수'를 뜻한다. 전기 및 전자 기기(6.7), 운송 장비(6.3) 등 국내 주력 제조업보다 건설업이 높다.

과거에도 지자체가 지역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업계에 손을 내민 사례는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건설 투자가 위축되자 충남도는 대기업 건설사가 도내에서 건설 공사를 하는 경우, 지역 기업과 공동 사업을 의무화하고 하도급의 50% 이상을 지역 기업들에 나눠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 협약을 맺었다. 전남도 역시 지역 건설 산업 활성화 및 지역 건설사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조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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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6/20190506014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