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아빠 자전거 태운 15세 인도 소녀, 일주일간 1200km 달려 ‘목숨 건 귀향’
조유라 기자 입력 2020-05-26 03:00수정 2020-05-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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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령에 일거리 없어 뉴델리서 방세 못내 귀향 결단
전재산 20달러로 중고 자전거 사… 인도 사이클계, 선수 선발 제안도
다친 아버지를 자전거에 태우고 수도 뉴델리에서 동부 다르방가까지 약 1200km를 달려 고향에 도착한 15세 인도 소녀 조티 쿠마리(오른쪽). 힌두스탄타임스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직한 아버지를 태우고 무려 1200km를 자전거로 이동해 귀향한 인도 10대 소녀가 큰 감동을 주고 있다.
23일 미국 ABC뉴스 등에 따르면 수도 뉴델리에서 아버지와 살던 조티 쿠마리 양(15)은 이달 10∼16일 7일간 자전거를 타고 걸쳐 뉴델리에서 방글라데시 국경 인근에 있는 고향 다르방가에 도착했다. 당초 릭샤(삼륜차) 운전을 하던 그의 부친은 코로나19 사태 전 부상을 입은 데다 봉쇄령 발령 후에는 일을 전혀 하지 못했다. 집주인이 방을 빼라고 통보하자 부녀는 귀향을 결심했다.
자동차로 약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가기 위해 조티는 수중의 20달러(약 2만5000원)를 탈탈 털어 허름한 중고 자전거를 구입했다. 다친 아버지를 안장에 태우고 다르방가로 향한 그는 간간이 사람들이 주는 음식과 물을 마셔가며 페달을 밟았다.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도착해 어머니와 친척들을 만난 조티는 “날씨가 너무 더워 어려운 여행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뉴델리에 계속 있었다면 나와 아버지 모두 굶어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3월 25일부터 전국에 봉쇄령을 발령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쉬 가라앉지 않아 두 달째 약국, 식료품점 등 필수 업종 종사자를 제외하고 전 국민이 사실상 외출 금지 상태다. 정부가 소수의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귀향 이동 수단을 제공했지만 턱없이 부족해 수백, 수천 km에 이르는 길을 걸어서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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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티의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가 놀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조티의 뉴스를 트위터에 공유하며 “아름다운 인내와 사랑의 위업”이라고 칭송했다. 인도 사이클계는 그를 국립사이클아카데미 훈련생으로 선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조티는 “긴 여행으로 지쳤다. 일단 학업을 먼저 마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 지역 정당은 “그가 원하는 만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5일 기준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4만138명, 사망자는 4041명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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