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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정경심 유죄' 1심 판사 2명 전보...2심에 '조국 수사 비판' 판사 배치

‘정경심 유죄’ 1심 판사 2명 전보… 2심에 ‘조국 수사 비판’ 판사 배치

박상준 기자 , 신희철 기자 입력 2021-02-09 03:00수정 2021-02-09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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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파문] 대법원, 법관 인사 ‘무원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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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원칙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든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의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대한 상이한 인사 이동을 놓고 이렇게 평가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장이 예외적으로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게 된 반면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장은 3명이 한꺼번에 다른 법원으로 전보됐기 때문이다. 법관들은 “이번 인사에서는 판사가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어떻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지가 인사에 반영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재판부 유지와 해체의 기준이 뭐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가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잔류하게 된 것을 법원 내부에서는 가장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인사 실무상 서울중앙지법에 3년 동안 근무하고, 한 재판부의 재판장은 2년간 맡는다. 부장판사가 아닌 판사는 2년간 근무하게 돼 있는데 윤 부장판사의 배석 판사인 김용신 송인석 판사도 원칙을 깨고 각각 4, 5년째 서울중앙지법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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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에선 윤 부장판사가 그동안 임 전 차장 재판에서 다소 강경한 태도를 보인 점이 인사에 반영된 것 같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임 전 차장은 윤 부장판사가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관 기피 신청을 해 재판이 8개월간 중단됐다. 윤 부장판사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에 대한 재판도 맡고 있는데, 이 전 실장의 1심 선고 공판은 18일 열린다.

 

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는 원칙이 적용됐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 근무했고 배석 판사들도 2년 이상 근무해 모두 전보됐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의 2심 재판장도 변경됐다. 신임 재판장에는 직전에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근무하던 최수환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배치됐다. 이 전 법원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주요 사건 선고 결과 따라 희비 갈려

공교롭게 여권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주요 사건 재판부의 인사 내용도 판사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형사2부에 1년만 근무했지만 다른 재판부로 옮겼다. 통상 서울고법 형사부 재판장은 2년 동안 맡는데,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재정 신청 사건을 담당하게 됐다. 서울 광화문 집회 허용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건 등에 관여한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들도 상당수 희망과는 다른 법원으로 가게 됐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잔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교수 사건의 재판장인 임정엽, 김선희 부장판사는 각각 서울중앙지법에 3년간 근무했다는 이유로 이번 인사에서 서울서부지법으로 전보 조치됐다. 정 교수의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는 재판부가 모두 교체됐다. 재판부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첫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 임명한 이승련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배치됐다. 이 부장판사는 평소 주변에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장관 사건 담당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 근무했지만 4년째 유임됐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조 전 장관 재판에서 “검찰 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 보는 일부 시각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한 법관은 “인사 원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독립적인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 인사가 달라지면 되겠느냐”고 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신희철 기자

#김명수#대법원장#법관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