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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외국 대사 발언까지 왜곡한 김의겸 대변인

[사설] 외국 대사 발언까지 왜곡한 김의겸 대변인

조선일보
입력 2022.11.10 03:2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왼쪽)이 자리를 함께 했다./뉴스1

주한 외국 대사가 자신의 발언을 민주당이 왜곡했다며 외교부에 하소연하는 일이 벌어졌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는 지난 8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내 발언이 야당에 의해 악용되고 왜곡된(mis-used and twisted) 채 언론에 제공돼 유감스럽다. 잘 알다시피 그런 의미가 아니고 그런 의도도 아니다”고 말했다. 외국 대사가 주재국 정부에 이런 해명을 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왜곡의 정도가 심각했다는 얘기다.

문제의 발언은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이 언론에 브리핑한 것으로, 이재명 대표와 페르난데스 대사의 비공개 면담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페르난데스 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는 대화 채널이 없어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돼도 대화 채널이 있었기에 교류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페르난데스 대사는 민주당 측에 ‘왜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느냐’는 취지로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식적으로 외국 대사가 야당 대표를 만나 주재국 정부 비판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베테랑 외교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김 대변인은 9일 입장문을 내고 “말씀하신 내용과 다르게 인용을 했다”며 “EU 대사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 출신이지만 ‘사실’을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 최근에도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로펌 변호사 30명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상식 밖의 주장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했다. 지금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외국 대사가 아니었으면 우기면서 도리어 역공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쟁에 빠져서 기본을 잃어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