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월요일] 9년 묵은 액젓이 최고라는데, 구할 데 없나요
숙성기간, 소금량이 멸치액젓 맛 좌우
감칠맛 내는 글루탐산 9년차에 최대
시판 제품, 짧게 숙성해 소금물 섞어 팔아
짠맛 도드라져 깊은 맛 느끼기 힘들어
액젓 담아 3년 이상 삭히면 비린 맛 없어
쌀국수·미역국에 넣으면 풍미 살려
이에 맞춰 멸치액젓도 향이 여린 것을 생산하는 이가 있는데 바로 경주 감포에서 50년간 멸치액젓을 만들어 온 김명수(78) 사장이다. 소금 농도에 따라 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내륙과 바닷가에 사는 소비자를 위한 두 종류로 나눠 생산한다. 소금 농도 23% 이하로 멸치액젓을 담그면 꼬릿한 향이 나 비린내에 익숙한 바닷가 사람들이 선호한다. 소금 농도를 24~25% 정도로 높이면 상대적으로 비린내가 덜 나 내륙 사람들이 좋아한다. 소금 농도에 따라 작용하는 미생물이 달라 발생되는 차이인 듯하다.
멸치에 소금을 뿌리고 시간을 더해 만드는 감칠맛 조미료가 멸치액젓이다. 만드는 방법은 콩과 소금으로 만드는 간장과 비슷하다. 한반도의 삼면 바다에서 멸치가 나고 액젓을 담근다. 어느 지역, 어떤 때에 잡히는 멸치인지는 중요치 않다. 숙성 기간이 멸치액젓의 맛을 좌우한다. 이는 김명수 생산자뿐 아니라 충남 광천에서 수십 년간 멸치액젓을 생산하고 있는 광천수산의 고성규 대표 또한 공통된 의견이다.
싱싱한 멸치에 20~25%의 소금을 가해 숙성한다. 소금은 멸치가 상하는 것을 막으면서 삼투압 작용을 통해 세포벽을 파괴한다. 세포벽 안에 있던 핵산과 아미노산이 용출된다. 멸치에 있던 소화효소와 미생물이 단백질 등 고분자 물질을 분해해 맛을 내는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향기 성분이 생성된다. 간장도 오래 묵은 것이 맛이 나듯 멸치액젓도 오래 묵을수록 글루탐산이 증가해 숙성 9년차에 최대치를 이룬다. 하지만 재고와 자금 문제로 인해 시판되는 멸치액젓 대부분은 1년 6개월 정도 숙성한 것이다.
다만 감포의 김명수 생산자는 재고 순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3년 숙성된 것을 낸다. 액젓은 발효 기간이 길고 희석하지 않은 것이 맛이 좋지만 마트에서 저렴하게 파는 것 대부분이 소금물에 희석하거나 혹은 멸치액젓 찌꺼기에 소금물을 가해 반복 추출한 것들이다(수입 피시 소스도 대부분 희석액이다). 소금물(혹은 MSG)을 더해 한 병을 두 병으로 만들어도 국가에서 정한 식품 공정상 기준인 총 질소 함량 1.2%를 충족시킬 수 있어서다. 법정 기준치가 낮은 걸 악용한 것이다. 멸치액젓을 1년 이상 숙성시키면 총 질소 함량이 2%가 넘는다. 3년 이상 숙성시키면 4% 가까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질소 함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맛 성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래 숙성시킬수록 아미노산 및 핵산이 증가하고 향은 부드럽게 변한다. 하지만 희석한 제품들은 감칠맛보다는 짠맛이 도드라질 뿐이다.
우리 식문화에서 멸치액젓은 외국과 달리 용도가 주로 김치에 국한된다. 독립적인 조미료라기보다 김치를 담글 때 쓰는 발효 보조제로 쓰인다. 이는 간장이라는 훌륭한 조미료가 있기 때문이지만 음식문화가 소스의 다양성까지 추구할 정도로 발전하지 않은 탓도 크다.
쇠고기 미역국을 끓일 때 간장과 같이 사용하거나 멸치액젓만으로 간을 하면 국물에 감칠맛이 돌면서 시원한 맛까지 난다. 고수와 쌀면만 있으면 쌀국수를 만들어도 될 정도였다. 3년 숙성한 멸치액젓으로 깍두기를 담가 봤더니 향이 달랐다. 김치를 담가 바로 먹으면 젓갈 향이 강한데 3년 숙성 멸치액젓은 여러 재료들과 섞여 향이 은은해졌다. “멸치액젓은 시간이 만드는 훌륭한 조미료”라던 김명수 생산자의 말이 이해됐다.
음식상식 붉은 색 띤 멸치액젓으로 소량 구매해야
발효가 잘된 멸치액젓은 붉은 색을 띤다. 개봉 후에는 산화가 일어나 색이 검게 변할 수 있다. 좋은 멸치액젓을 사려면 각 단위 수협 제품이나 지자체에서 추천하는 상품으로 고르는 게 방법이다. 가급적 소량으로 자주 구매하는 것이 좋다.
발효가 잘된 멸치액젓은 붉은 색을 띤다. 개봉 후에는 산화가 일어나 색이 검게 변할 수 있다. 좋은 멸치액젓을 사려면 각 단위 수협 제품이나 지자체에서 추천하는 상품으로 고르는 게 방법이다. 가급적 소량으로 자주 구매하는 것이 좋다.
김진영 식재료 연구가, ‘여행자의 식탁’ 대표
[출처: 중앙일보] [맛있는 월요일] 9년 묵은 액젓이 최고라는데, 구할 데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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