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완성차 업계…'경고등' 켜고 간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연초부터 미국과 중국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대미 자동차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고, 안방에서는 가성비(가격대성능비)를 앞세운 중국차의 공습마저 시작됐다. 더구나 내수는 형편이 어려웠던 지난해보다 4%나 더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가성비 앞세운 중국차 2월 상륙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북경은상기차의 국내 수입사인 중한자동차는 지난 18일 인천 본사에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 600' 신차 발표회를 열고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출고는 다음 달 초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가 만든 승용차가 국내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켄보 600은 전장 4695㎜, 전폭 1840㎜, 전고 1685㎜로 현대차의 '싼타페'와 '투싼'의 중간 크기다. 최고 출력은 147마력, 최대 토크는 21.9kgf·m이며 복합 연비는 9.7km/ℓ다.
켄보 600의 경쟁력은 역시 가격이다. 모던 트림은 1990만원, 럭셔리 트림은 2090만원이다. 비슷한 차급의 국산 SUV에 비해 300만~500만원가량 저렴하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높은 관세에도 가격을 중국 현지와 동일하게 책정했다"면서 "가성비로 승부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중국 승용차가 국내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기술력과 디자인 등 감성 품질에서 중국차가 국산차의 경쟁 상대가 못 된다고 평가하지만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지만 샤오미 등 정보기술(IT) 제품에서 보듯 '짝퉁' 수준을 넘어 품질이 상당히 올라왔기 때문에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북경은상기차의 켄보 600 출시를 시발점으로 제2, 제3의 중국 업체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속속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노믹스' 수출 전선도 빨간불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이 7년 만에 감소한 가운데 올해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본격적인 보호무역주의 시동으로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취임식에서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며 사실상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관세가 0%인 한미FTA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한국 생산 물량의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작년 미국 시장에서 142만여 대를 판매한 현대·기아차는 물론 미국에 생산 기지를 건설할 여력이 없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등은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지엠은 트랙스·스파크 등의 모델을 연간 20만 대가량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르노삼성차는 위탁 생산하는 '닛산 로그'를 전량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로그 수출량은 13만6309 대로 르노삼성의 내수와 수출을 합친 25만7345 대 가운데 절반을 넘는다.
이에 각 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기차아는 최근 미국에 향후 5년간 총 31억 달러(3조6177억원) 투자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 5년간 투입한 21억 달러(2조4507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업계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출범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며 "여기에 내수에서는 저가의 중국차 공습까지 시작돼 올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4.0% 감소한 148만 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의 악재로 0.4% 소폭 상승한 269만 대 판매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안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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