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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닭 농장주 "방독면 쓰고 살충제 '셔워'...전수조사 못 믿어"

닭 농장주 "방독면 쓰고 살충제 '샤워'...전수조사 못 믿어"


 
폐기되는 계란. [연합뉴스]

폐기되는 계란. [연합뉴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이 국내에서도 발견돼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 농장주는 문제가 된 살충제를 닭이 있는 곳과 닭장 등에 모두 뿌린 과거 경험담을 말하며 공장식 닭 사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해당 농장주는 현재 전수조사 중인 조사 결과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농장주는 공장식으로 닭 농장을 운영하다 지금은 친환경 농법으로 바꿨다.

 
익명의 농장주는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좁은 케이지 안에 병아리들을 넣으면, 닭들이 죽을 때까지 계속 그 안에 있는 것"이라며 "3년 전쯤에 당시 한 6월쯤 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케이지에 개미보다 더 작은 이 같은 것이 온통 새까맣게 붙어 있더라"고 말했다.
 
공장식 닭 농장을 운영하다 닭 진드기를 본 경험을 전한 것이다. 해당 농장주는 진드기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뿌렸다고 밝혔다.
 
그는 "살충제를 치기로 하고 준비를 하는데 우리 화생방 훈련받을 때 군대 가면 쓰는 방독면 같은 거 있지 않나. 그걸 주더라"며 "왜 써야 하냐고 물어보니까 본인이 안 쓰고 해 봤는데 구토가 나고 눈, 코, 입이 쓰라리고 거북해서 며칠간 고생했다. 그래서 자기는 꼭 방독면을 쓰고 친다고 말을 해 주더라"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한 번 칠 때 보통 살충제로 샤워하다시피. 우리 세차장 가면 고압 분무기 있지 않냐"며 "약값이나 인건비 많이 들기 때문에 무조건 세게 이렇게 친 걸로 기억하고 있다. 닭한테는 당연히 뿌리고, 그다음에 닭장에도 뿌리고 그다음에 사료통, 물통 다 그냥 다 뿌린다"고 밝혔다.
 
공장식 닭 농장에서는 닭이나 계란을 피해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전한 것이다. 해당 농장주는 직접 생산한 계란을 먹지 못했을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서도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특히 이 부분(전수조사)에 대해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전수조사 한다길래 인원이 많이 필요할 텐데 단기간에 이게 가능할까 그렇게 생각했었다"며 "저는 담당 직원들이 조사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담당 직원들은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오라더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러니까 조사 나오는 게 아니라 닭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한 번에 싣고 가서 조사한다는 것"이라며 "만약에 제가 어제 예를 들어 저희 농가에 살충제를 쳤다 하면 저도 살충제를 친 농가 입장에서 어제 쳤는데 오늘 계란을 갖다 달라고 할 때 저희 계란을 순순히 갖다 주겠나? 옆집 농가에서 한 판 빌려서 갖다 줄 수도 있고 계란이 수집되는 과정에서 다른 농가의 계란을 빌려와서 준다고 해도 전혀 검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와 관련해 오전 5시 기준 검사 대상 1239개 농가 중 876개 농가의 검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농약 자체가 검출되선 안되는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기준'에 미흡한 농가는 60곳에 달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


[출처: 중앙일보] 닭 농장주 "방독면 쓰고 살충제 '샤워'...전수조사 못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