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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신고리 공론화는 자찬...탈원전 공론화는 필요없다는 정부

[현장에서] 신고리 공론화는 자찬 … 탈원전 공론화는 필요없다는 정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이 정권 교체에 따라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데 지속성을 강구할 방안이 있나.”(기자)
 

백운규 장관 “국민 다수 공감” 주장
정권 바뀌면 정책 전환 가능성 묻자
“노후 원전 철저 점검” 동문서답도

“원전 안전기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겠다.”(백운규 장관)
 
“정책이 뒤집힐 우려를 묻고 있는 것이다.”(기자)
 
“노후 원전에 대해 철저한 점검을 하겠다.”(백운규 장관)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의 합동 브리핑에서 나온 백운규 산업부 장관의 동문서답이다. 이날 브리핑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애초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브리핑 직전 배포한 자료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문을 통해 밝힌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탈원전 로드맵 역시 산업부가 두 달 전 발표한 내용과 수치까지 같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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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굳이 브리핑을 연 건 공론화위원회의 활동과 탈원전 정책에 관한 여러 의문점을 해소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참석한 기자들도 그걸 기대했다. 그러나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장을 포함해 세 명의 장관급 인사가 출동한 정부의 브리핑은 맹탕이었다.
 
시간 제약을 이유로 불과 10여 분 동안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 동안 백 장관의 동문서답은 계속됐다. ‘신규 원전 계획을 백지화한다면 이미 투입된 매몰비용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조사 결과 7차 때보다 12.7GW 정도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탈석탄 계획’을 묻는 질문엔 아예 답변도 하지 않았다.
 
입도 맞지 않았다. 앞선 발표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공론조사는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고 숙의 민주주의를 본격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백 장관은 ‘탈원전 로드맵도 공론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탈원전은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이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민의 대다수가 탈원전에 공감했기 때문에 선택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탈원전은 둘 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신고리 관련 공론화는 잘됐다고 칭찬하면서 탈원전은 선거로 이미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공론화가 필요없다는 이상한 논리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월권 지적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출범 당시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에만 국한했던 공론화위원회가 향후 원전을 축소하라는 권고까지 낸 것에 관한 논란이다. 이에 대해 홍 실장은 “이번 공론조사는 중단과 재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찬반 양측의 의견이 충분히 보완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상생적 차원에서 의견수렴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론화 작업은 신고리 5·6호기에 국한된 작업이고 건설 공사 중단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던 본인의 지난 7월 발언과 배치된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 자체도 탈원전에 관한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긴 부족했다. 일단 원전 수출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부는 수출 지원 방안을 대책에 포함시켰다. 백 장관도 “국감이 끝나면 수출 가능성이 있는 영국·사우디아라비아·체코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자국에 짓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에 원전을 파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수출 대상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설명해 보라”고 말했다.
 
정부는 ‘원전 해체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확인했다. 이 역시 원전 운영은 축소하면서 해체 시장만 키우겠다는 것이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세계 최고의 원전 해체 기술을 가진 미국은 최고의 운영 능력까지 갖고 있다”며 “해체 역량은 설계와 운영의 토대 위에서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현장에서] 신고리 공론화는 자찬 … 탈원전 공론화는 필요없다는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