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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동북아판 나토 막았다"...'3불' 中 사드봉합 속셈은?

[뉴스분석]"동북아판 나토 막았다"···'3불' 中 사드봉합 속셈은?

                                        

                   

 
31일 발표된 한ㆍ중 공동 합의문을 보면 중국측이 그동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배치와 관련해 어떤 전략적 판단을 갖고 있었는지 분명해 진다. 사드와 무관한 관광ㆍ문화 분야에서 ‘대국’답지 않은 보복 조치까지 동원하며 절대반대를 표명했던 이유도 드러난다.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종근 기자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종근 기자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는 합의문에 포함된 세가지 우려 사항, 즉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에 관한 부분을 앞세운다. 발표문에는 세 가지를 나열하고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했다”고 돼 있지만 하루 전날 강경화 외교 장관의 발언으로 그 의미가 분명해졌다. 
즉 ^한국은 미국 주도의 MD에 참가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는 일도 없을 것이란 의미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못박는 논평을 냈고 중국 언론은 한국이 ‘3불(三不) 약속’이라 이름붙였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중앙포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중앙포토]

 
중국은 왜 ‘3불’을 중시하는 것일까. 
중국은 처음부터 한반도 사드 배치는 일본의 미사일방어망 체계와 결합해 미국이 구축중인 전세계적 규모의 MD에 편입되는 것이라고 봤다. 또한 사드로 상징되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같은 지역안보동맹이 동북아에 출현하는 것으로 봤고 이는 곧 중국 포위망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게 중국의 논리였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사드 배치는 단순한 방어용 무기체계의 배치가 아니라 미국의 커다란 군사 전략의 일환이자 상징이 된다. 
따라서 중국은 사드를 용인할 수 없었고 한ㆍ미가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설명을 하겠다고 제안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중국에겐 사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드를 둘러싼 전략 구도의 변화가 근심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결국 사드 갈등의 바탕에는 미·중 간 전략 경쟁이란 요인이 깔려 있었던 셈이다.  
사드 반대란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사드 갈등 봉합을 통한 한ㆍ중 관계 개선에 합의한 것은 사드 배치가 이미 완료돼 철회하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 출구전략의 결과다. 사드 철수를 관철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한정 한국과의 관계를 냉각시킬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만났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만났다. [연합뉴스]

올 봄 베이징에선 한국의 정권 교체가 확실시되던 무렵부터 중국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관변 연구소가 4월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군 출신의 중량급 인사가 나와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명확히 선언하고 MD체게 불편입을 공약하면 한중 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문에 들어 있는 내용과 일치한다.    
     
여기에다 전쟁발발 가능성까지 점쳐질 정도로 긴장이 높아진 한반도 정세도 중국이 사드 해결을 위한 협상장에 나오게 한 요인이 됐다. 더우기 사드의 또다른 당사자이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점도 고려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당국자는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이어지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서 중국 내부에서 한ㆍ중 관계 복원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종합하자면 한반도 정세가 긴박해지는 가운데 중국은 사드 철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간파하고 현상을 묵인하는 대신 협상을 통해 중국의 전략적 목적을 관철하자는 구상을 진행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외교장관의 입에서 ‘3불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중국은 나름대로 협상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수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뉴스분석]"동북아판 나토 막았다"···'3불' 中 사드봉합 속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