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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한화 3남이 처음 만난 변호사에게 한 말


[Why] 아버지 뭐하시냐

  • 한현우·주말뉴스부장
      입력 : 2017.11.25 03:01   

[마감날 문득]

되게 돈 많은 집 스물여덟 살짜리 아들이 젊은 변호사들 모인 술자리에 가서 깽판 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만취 난동을 말리던 남자 뺨을 때리고 여자 머리채를 잡았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그 부잣집 아들이 했다는 말 중 하나가 유독 잊히지 않는다. "아버지 뭐하시냐."

아버지 회사에서 뭔 팀장을 하던 그는 올 초 술집에서 또 다른 깽판을 치고 실형을 받으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무직자인 셈이다. 그가 새로운 깽판을 앞두고 좌중에 "아버지 뭐하시냐"라고 물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변호사였으니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이 새파랗게 젊은 남자는 변호사들 아버지가 뭘 하는지 왜 궁금했을까. 그 짧은 인생에서 궁금한 것이라곤 남의 아버지 직업밖에 없는 것인가.

영화 '친구'에 그런 장면이 나온다. 선생이 아이들을 교탁 앞으로 불러내 한쪽 뺨을 쥐고는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하고 묻는다. 불려 나온 장동건이 "아버지 장의사인데예" 하니까 선생은 "느그 아부지는 시체 염하고 고생하는데 니는 성적이 이게 뭐꼬" 하며 뺨을 때린다. 이어 유오성이 같은 질문에 "아버지 건달입니다"라고 답한다. 선생은 "뭐, 건달? 건달이 자랑이가" 하며 시계까지 풀고 유오성을 두들겨 팬다. 유오성이 교실을 나가버리자 선생은 다른 아이들에게 묻는다. "저거 아버지 진짜 건달이가?" 학생 아버지가 진짜 건달인 걸 알았다면 패지 않았을 것이다. 부잣집 아들에게 만약 "우리 아버지 검찰총장인데요" 했다면 아마도 머리채를 잡지 않았을 것이다.

궁금한 것은 9월 발생한 사건이 왜 이제서야 알려졌느냐는 것이다. 그 변호사들 소속 로펌에 그 깽판남 아버지 회사가 주요 고객이라고 한다.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우리 모두 알 것 같지만 아무도 그렇다고 얘기해주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이유가 있을 것만 같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재벌 3세 20대 남자가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물은 게 "아버지 뭐하시냐"라니, 염통에 간직하고 있던 애국심이 분연히 떨쳐 일어날 지경이다. 그에게 묻고 싶다. 너 그러고 있는 동안 아버지 뭐 하시고 계셨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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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4/20171124020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