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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3불 협의 외교부 초안엔 '현재로선'단서 있었다


[단독] 3불 협의 외교부 초안엔 ‘현재로선’ 단서 있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 관이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이른바 ‘3불(不)’ 약속을 했다는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임현동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 관이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 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이른바 ‘3불(不)’ 약속을 했다는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임현동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정부가 밝힌 이른바 3불(不·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은 하지않음) 입장과 관련, 당초 정부 초안에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27일 말했다.
 
3불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월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입장이다. 한·중은 바로 다음날 남관표 국가안보실 1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명의로 ‘10·31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고, 정부는 사드 문제가 ‘봉인’됐다고 선언했다.
 
강 장관이 3불 입장을 밝힌 후 야권에선 ‘미래의 안보 옵션’을 스스로 포기했다거나 나아가 ‘굴욕외교’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 여권 핵심 관계자는 “외교부가 마련한 초안에는 ‘현재로서는’이라는 조건이 달려 있었지만 협상을 주도한 청와대가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표현이 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MD 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여지를 열어놓았다면 외교적으로 운신의 폭이 더 커질 수 있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강 장관의 발언 직후 3불 입장을 ‘약속’이라고 표현하며 굳히기에 나서려다가 한국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뒤 ‘입장 표명’이라고 수정한 일이 벌어졌다. 이후에도 중국은 3불을 이행하라면서 한국을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5일 평론에서 “한국이 3불을 약속해놓고, 미국에는 약속도 협의도 아니며 다만 의향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중 관계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면서다. 만약 ‘현재로선’이란 단서가 달려 있었다면, 이런 유의 주장이 애초에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여권관계자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기류는 여권 관계자의 설명과 미묘하게 다르다. 현재의 중국 언론 등의 압박이나 무리한 주장은 ‘국내용 언론플레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인식이다. 청와대는 ▶3불을 약속해준 적이 결코 없고 ▶그 외에도 중국의 무리한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으며 ▶이면 합의도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이 사드 문제를 거론 안 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만큼 성공한 협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외신들은 이번 문제를 한국이 승리한 것으로 보도한다”고도 했다. 당시 협상을 성공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3불에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달아 모호하게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외교가에선 이런 인식의 차이가 청와대가 사드 협상을 주도하고 외교부는 사실상 배제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미묘한 인식차에도 불구하고 일단 청와대와 정부는 12월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외교가 소식통은 “중국 측은 학자들까지 동원해 한국에 사드 문제로 추가 요구할 내용들을 취합해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강 장관은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10·31 발표 이상의 합의나 논의는 없다. (3불은) 우리가 중국에 새롭게 동의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입장을 반복해서 확인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구시보의 ‘3불1한(3불+현재 배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 보도에 대해서도 “공관을 통해 항의했고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정부는 사드 시스템 운영을 제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